권한만 누리고 책임 회피하는 '재벌 오너가'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433곳…전체 16.6% 수준
비율은 올랐지만…주력·사익편취 규제 회사에 '집중'
미등기임원 계열사 비율…하이트진로 46.7% '최고'
사외이사 비중 50% 넘겨도…'거수기' 이사회 여전

입력 : 2023-12-26 오후 4:21:15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대기업 총수일가 중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 재직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 재직 비율은 하이트진로, DB, 중흥건설, 금호석유화학 등의 순으로 높았습니다.
 
또 대기업집단 이사회 상정 안건 중 99.3%가 원안대로 가결되는 등 일명 '거수기' 이사회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곳 중 신규 지정집단과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자료를 보면,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는 모두 433개로 전체의 16.6%였습니다. 지난 4년간 하락세로 책임경영 회피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던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올해 첫 2.1%포인트 상승 전환했습니다.
 
그럼에도 총수일가 이사 등재는 주력회사(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총수일가 지분 20% 이상, 해당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주력회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비율은 45.0%,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35.5%였습니다. 반면, 주력회사가 아닌 회사는 15.0%, 비규제대상 회사는 8.6%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총수일가 1명 이상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136개 사, 전체의 5.2%로 작년과 동일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미등기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외지 않고 이사회 활동을 하는 임원으로, 사실상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임원을 의미합니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DB 23.8%, 유진 19.5%, 중흥건설 19.2%, 금호석유화학 15.4%였습니다.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재직했습니다. 이들의 미등기임원 직위 총 181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는 104개, 57.5%에 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는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 상위 5개 집단.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51.5%(1008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51.7%인점을 고려하면 0.2%포인트가량 줄었습니다. 이사회 참석률도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줄어든 96.6%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년간 이사회에 오른 안건 99.3%는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전체 7837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55건(0.7%)에 불과했습니다.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 수는 15건으로 전체의 0.2%에 그쳤습니다.
 
이사회가 여전히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1개 이상을 도입한 회사는 309개 상장사 중 267개 사로 전체의 86.4%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집중·서면 투표제를 실시하는 회사는 여전히 적었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총 전체의 3.9%(12개 사)만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단 한 번도 실시된 곳이 없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KT&G가 처음으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면투표제는 총 27개 사(8.7%)가 도입했으며 실제로 실시한 회사는 20개 사(6.5%) 였습니다.
 
전자투표제는 총 258개 사(83.5%)가 도입했습니다. 실시 회사는 249개 사로 전체의 80.6%였습니다. 다만, 도입 회사 비율은 전년 83.7%보다 0.2%포인트 줄었습니다. 실시한 회사 비율도 2.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이사회 등에 상정된 안건 대부분이 반대 없이 원안 가결되고, 집중투표제나 서면투표제를 실시한 회사의 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는 이사회 안건 처리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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