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23년 국내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 분야는 정부의 압박, 이념 갈등 속에 변화를 만들고 비전을 세운 한해였습니다. 우주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이라는 쾌거도 이뤘는데요. 다만 시장장악 후 요금을 인상한 유튜브, 지속되는 망사용료 이슈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도 선결과제로 꼽힙니다. 2023년 ICT와 과학 분야의 대표적 이슈를 1부터 10까지 숫자를 활용해 풀어봤습니다.
1인
12월8일 이후 방통위 상임위원은 단 1명입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서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는데요. 이상인 부위원장이 방통위원장 대행 자격으로 홀로 끌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5인체제 합의제 독립기구로 방통위설치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대통령 지명 2인과 여야 추천위원 3인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에 대한 임명이 진행되지 않고, 기존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된 상황에서 위원장 자리까지 공석이 되면서 사상초유 1인 체제를 맞게 됐습니다. 방통위는 11월29일 서면회의 이후 의사일정이 정지됐습니다. 이동관 전 위원장 후임에 김홍일 후보자가 지명돼 지난 27일 청문회가 진행됐는데요. 인선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KBS·MBC·SBS 등 지상파 34개 사업자와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등 주요 현안 처리는 연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사진=뉴스토마토)
29만
연초
LG유플러스(032640)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29만건을 넘었습니다. LG유플러스 고객인증 데이터베이스(DB)에 악성코드 설치가 가능할 정도록 취약했고, 인증체계 미흡으로 정보 유출이 용이했던 까닭입니다. LG유플러스는 뼈를 깎는 성찰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최고경영자(CEO) 직속 사이버안전혁신추진단을 신설했고, 쿠팡·삼성카드 등에서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로 근무한 홍관희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영입했습니다. 2024년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정책팀과 사이버위협대응팀도 신설했습니다. 아울러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숭실대와는 채용연계형 정보보호학과를 개설했습니다.
3차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5월25일 3차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누리호는 2021년 10월21일 첫 번째 발사 당시 지구 상공 700㎞ 진입에 성공했지만, 위성모형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22년 6월14일에는 실전 발사에 성공했는데요. 3차 발사 성공은 실용위성 발사체로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3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발사 13여분 뒤 목표 고도 550㎞에 정상 진입,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민간기업 개발 큐브위성 3기 및 한국천문연구원 개발 도요샛 4기를 20초 간격으로 순차 분리하면서 정해진 시퀀스 수행도 해냈습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누리호 4차 발사 준비 착수 회의에 착수하며 우주강국을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5월25일 전남 여수시 낭도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돼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40%
유튜브가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올렸습니다.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0%가량 인상한 것이죠. 지난 2020년 9월에 8690원에서 1만450원으로 올린 이후 3년여 만입니다. 기존회원은 최소 30일간 예전 가격이 유지되지만, 새 결제 주기가 시작되기 전에 가격 정책에 동의해야 사용할 수 있고, 신규 회원의 경우 인상된 가격이 바로 적용됩니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23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조사에 따르면 OTT 가운데 유튜브 이용률은 77.5%로 나타났습니다. 2위 넷플릭스는 14.2%를 기록했습니다. 유튜브발 디지털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5년
망이용료는 2018년 3월 방통위가 통신사와 망이용대가 협의과정에서 접속경로를 변경한 메타(페이스북)에 대해 과징금 제재를 내놓으며 불거졌습니다. 5년간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입장차만 첨예한 상황인데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이용대가 소송전이 상호합의로 막을 내리면서 국내 논의는 동력을 잃었습니다. 국회에는 거대 콘텐츠 기업과 통신사 간 협상의무를 명시하는 법안이 8건 발의됐는데, 폐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국회는 현안 진전을 위해 정부의 입장정리를 요청했습니다. 지난 27일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국내 망이용료 수준이 과도하다면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CP와 ISP 간 정산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어 망이용료 정리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6000만원
비트코인 가격이 12월6일 60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초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FTX) 파산 여파로 200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1개월여만에 3배가량 올랐습니다. 내년에 역대 최고가인 900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3월 글로벌 은행들의 파산에 이어 지난 10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글로벌 운용사들이 앞다퉈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뉴욕증시에 상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가격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7년
NAVER(035420)(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뉴스 제휴 심사·관리를 담당하는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지난 5월22일 운영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제평위 활동 중단은 2016년 공식 출범 후 7년 만입니다. 제평위는 네이버·카카오가 직접 해 오던 뉴스 서비스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정하고 공개적으로 하겠다며 공동으로 설립한 자율기구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의 포털 때리기 영향도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네이버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뉴스서비스 혁신준비포럼 준비 작업에 나섰고, 카카오는 다음 모바일서 이용자가 구독 언론사를 직접 배치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8차
카카오는 지난 11월6일부터 김범수 창업자와 홍은택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공동체 대표 20여명이 모이는 비상경영회의를 매주 월요일 진행하고 있습니다. 12월 마지막주 회의를 생략하면서 올해 총 8번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에스엠(041510) 시세조종 혐의 등 사법 리스크가 회사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모빌리티 제도개편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했습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11일 2년10개월만에 경영쇄신 방향성을 공개하며, 카카오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인적쇄신의 첫 신호탄으로 지난 13일에는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10월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명
올해 교체된
KT(030200) 이사회 사내·사외이사 수는 9명입니다. 연초 이강철, 벤자민홍 사외이사가 사의한 후 3월말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도 사퇴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총 10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8명)이었던 이사회 인원은 총 6명으로 줄어들었는데요. 주총 직전 강충구 이사회 의장과 표현명, 여은정 사외이사도 사퇴했습니다. 당시 사내이사였던 구현모, 윤경림 전 KT 사장들도 임기가 종료되면서 3월31일 주총 후 김용현 사외이사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KT는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했고,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개선안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진행했습니다. 6월 임시주총을 통해 곽우영, 김성철, 안영균, 윤종수, 이승훈, 조승아, 최양희 등 신임 사외이사 7인 선임됐습니다. 8월30일 임시주총에서는 김영섭 대표와 서창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KT의 경영공백이 마무리됐습니다.
10조
네이버는 정치권의 포털 때리기 속에서도 커머스·콘텐츠 부문에서 높은 성장을 기록하며 매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분기매출이 1분기 2조2804억원, 2분기 2조4079억원, 3분기 2조4453억원을 기록했는데요. 3분기 누적 매출은 7조1336억원입니다. 연매출 10조원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데요. 3분기 주춤했던 광고시장이 4분기 들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고, AI기술이 네이버 서비스에 접목되며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네이버가 올해 매출 10조원을 기록한다면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이었던 8조2201억원 기록도 갈아치우게 됩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