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자 전쟁 그 다음은 한반도"

(신년 인터뷰)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군사적 긴장 더욱 고조, 남북관계 접근 재구성돼야"

입력 : 2024-01-02 오전 6:00:00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한동인 기자] "요즘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우크라이나와 가자, 그 다음이 어디냐?'는 논의에 접하게 돼요. 놀랍게도 한반도를 그 다음 화약고로 지목해요"
 
문재인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73) 연세대 명예교수는 2024년을 맞는 <뉴스토마토> 신년 인터뷰에서, 우리 바깥에서 인식하는 2024년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격인 지난해 12월 30일 당 중앙위원회의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강경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강도가 너무 심하네요"라며 "이제 한반도 군사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고, 남북 관계에 대한 접근도 이론적이나 경험적, 그리고 정책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 실패의 잘못된 정보판단이 북한에도 재현된다면…"
 
그는 또, 윤석열정부의 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 문제와 관련해 "2030 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나타난 잘못된 정보 판단 과정이 북한에도 재현된다면, 재앙적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에선 드물게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국제 마당발'로 불리는 문 교수는 남한의 학자와 관료 중에서는 유일하게, 그 전날 전격 성사된 2018년 5월 26일 정상회담을 제외하고 2000년 6·15 이후 모든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습니다. 다음은 문답 요약.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9일에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진행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발언에 대해 1월 1일 서면으로 추가했습니다.)
 
지난해 4월 26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맹은 강화됐는데 위협도 증대…안보 최선책은 적·위협 최소화, 지금은 그 반대"

-2023년 한국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을 하나 뽑아주십시오.
 
지난 4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라고 볼 수 있겠죠. 워싱턴 선언을 채택, 핵 확장 억지에 대한 미국의 보장을 분명히 해줬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미동맹이 포괄동맹이 된 셈입니다. 가치 동맹을 제일 위에 놓고 군사·경제·문화·과학기술·정보 동맹을 한다는 것을 양 정상이 합의를 봤죠. 과거에도 우리가 포괄적 전략동맹을 많이 얘기했는데 더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부정적 부메랑 효과도 상당히 크다는 점이죠. 한미동맹은 강화가 됐는데 그에 부응해서 위협도 증대됐습니다. 남북 관계는 더 어려워졌고, 중국·러시아와 관계도 준 적대적인 또는 적대적인 관계로 전환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동북아가 하나의 신냉전 구도로 갔고, 위협의 외연이 더 넓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거죠.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편향이라는 것이 완전히 제도적으로 굳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 두 가지를 말씀해주셨는데, 종합해보면 2023년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가 더 안전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의 안보가 상당히 어려워졌지요. 안보를 고양하는 최선의 방법은 적과 위협을 최소화하는 거예요. '미니 맥스(mini-max)' 전략이라고 하는데요. 위험을 최소화시키면서 안전과 안보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관계가 동맹 바로 아랫단계까지 간 것이 올해의 최대 성과라고 평가(12월 18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강연)하더군요.
 
너무 아전인수식 해석 같습니다. 한일관계를 보면 우리가 일본을 짝사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줘요. 우리가 일방적으로 관용과 혜택을 베풀 뿐 일본의 호혜적 반응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의 불신이 깔려있는 겁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크게 작용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한일관계가 동맹 수준까지 올라 갔다는 얘기를 할 수 있나요? 우리의 희망적 사고 같습니다.
 
"전쟁은 피하고 예방하는 것이 상책, 이기는 것은 하책"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했습니다. 전 과정을 보면 정부의 정보 취합과 정세 판단 능력, 의사결정 방식에 총체적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봅니다. 외교부나 국정원 같은 데서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는데, 대통령한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보 분석과 판단 그리고 그것을 정책화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큰 하자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해 김정은이 큰소리 쳐봐야 약세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공조만 있으면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못 한다, 결국 북한이 굴복하거나 북한이 내부적 붕괴로 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잘못된 정보 판단에 의거해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30 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나타난 잘못된 정보 판단 과정이 북한에도 재현된다면, 재앙적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 정부의 대중 정책에는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한다, 결국 미국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워싱턴하고 가까우면 북경은 우리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이것도 정보 판단의 문제인데, 이게 틀린 판단이라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어요?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있는 그대로 맥락적으로 파악하고, 객관적인 팩트를 갖고 부처 간에도 치열한 논쟁도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인풋도 받아 가면서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국민적 합의도 만들 수 있지요. 최고 지도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가의 안전과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마디 덧붙이면 전쟁은 피하고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고 이기는 것은 하책입니다. 부수적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사무실에서 지난 29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상황도 북한엔 이미 악몽…핵 전략 계획· 운용 미국과 협의? 실질적 핵공유는 없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핵전략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년 중반까지 완성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이 미국과 일체형이 돼서 언제라도 그것(핵무기)을 사용할 수 있는 실전 배치 시스템으로 간다는 것은 북한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핵 사용 관련 기획과 운용을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실제 미국과 비핵국인 한국이 이런 수준의 핵 운용이 가능한 것인가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현재 상황도 북한에게는 이미 악몽입니다. 미국이 ICBM을 사용할 수도 있고 동북아에 전진 배치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사용할 수 있고 괌에 있는 전략 폭격기로 북을 칠 수도 있지요.
 
그런데 한미 간에 새로운 핵협의그룹(NCG)을 만들고, 공동으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정보 공유한다고 북한이 추가로 겁먹을 것 같지는 않아요.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핵무기로 공격해 올 것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져왔기 때문에 최근 한미 간 핵억제력 강화 상황을 현재 이상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경제학 용어로 하면 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는 미국 것이고 미국 대통령만이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핵기획그룹을 만들고 핵 전략 계획과 운용을 협의한다고 하더라도 결정적 순간에 핵무기를 사용할 건가 말 건가는 미국 대통령이 코드 번호를 주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핵공유의 전시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 핵 공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미국의 북핵 억지력 효과 분석,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
 
-김태호 차장은 지난해 워싱턴 선언 때도 "사실상 핵공유"라고 했다가 미국에서 바로 "핵 공유 아니다"라고 부인해 버린 적이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사실상 핵 공유"라는 인식을 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한미 간에 대북 억제력에 관한 인식 차에서 나오는 문제인 것 같아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억제력이 효과가 있느냐를 분석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나 우리 국민의 인식이 아닙니다. 북한이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 중요하지요. 북한이 미국의 핵 능력과 핵 의도 그리고 미국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를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미국이 그런 능력이 있는가, 정말 유사시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는가를 논쟁하면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북한 자체의 맥락에서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보다는 남쪽에 있어서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거죠. '오도된 구체성의 오류'(fallacy of misleading concreteness)를 범하는 것이지요. 화이트헤드라는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가 현실과 담론 사이의 괴리를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해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도 마치 가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해서 강조를 하는 건데, 이러한 오류가 북한 억지력 분석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의도 분석이 제일 중요한데 오히려 남쪽의 목소리, 남쪽에서 나오는 노이즈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그게 혼선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 채 핵 폭탄을 더는 만들지는 않는(핵 동결) 대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협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 <폴리티코>가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부인했어도 꽤 파장이 컸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접근 할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자예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스티브 베넌이라는 친구가 2017년 7월에 미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대통령 고문역을 하던 그가 갑자기 사임을 했어요. 미국 진보 매체에 나가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상상할 수 없다, 수백만 명이 죽는 전쟁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발언을 했어요. 이게 큰 아주 반향을 일으키면서 결국 사임을 했단 말이에요.
 
트럼프도 똑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한다는 건 미친 짓이라는 인식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트럼프 주변 사람들은 트럼프가 현실적으로 <폴리티코> 보도 같은 생각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아주 극단적인 세력을 제외하고 합리적인 자유주의자들이라든가 진보주의자들도 똑같은 주장을 해요.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된다는 규범적인 목표를 갖고 협상을 하면 오히려 판이 더 꼬이게 할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지만, 실제로는 북의 과도기적 핵 보유를 용인하고 핵미사일 능력의 증강 중단, 감축을 위한 핵 군축 협상에 들어가고 그에 상응하는 당근도 주자는 것이지요. 문제는 한국 정부나, 미국 주류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느냐는 하는 겁니다.
 
-걱정되는 것은 북한의 핵 보유만 용인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점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은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제재 완화 카드도 있을 것이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국교 정상화 카드도 있습니다. 또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점진적으로 완화시키는 카드도 있고요. 과거에는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해놓고 가는 건데, 비핵화 목표가 아닌 감축을 목표로 하여 우선 협상을 하자, 핵시설·핵물질·핵무기의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북한이 처한 현실에 비춰봤을 때 더 실용적인 접근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한미핵협의 그룹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큰 약속을 한 것들이 없어요. 한미핵협의그룹은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한미일 3국 공조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부담을 많이 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지속될 수가 있겠죠. 트럼프가 집권한다고 해서 과거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폐기하듯이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3국 공조를 일방적으로 폐기하지는 못할 거예요. 트럼프가 재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관료와 의회의 견제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은 'Anything But Biden' '바이든 했던 건 안 하겠다'로 나타날 것이므로 한미 관계, 미일 관계, 한미일 3국 공조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런 상황이 되면 아마 윤석열 정부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거예요.
 
제일 중요한 건 북미 관계일 거예요. 트럼프는 지금도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언사는 지금까지 삼가고 있어요. 두 정상 간의 만남이 가능해지면, 그걸 통해 뭔가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요.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큰 외교적, 정치적 부담이 될 거예요.
 
"우리 문제는 미국을 너무 믿는 것…한국의 극성 보수 진영이 바라던 것을 김정은이 구체화"

-지금 세계 두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져 있고 또 각 세력이 진영으로 뭉쳐서 이제 충돌하고 있는 이런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기조 어떻게 설정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우크라이나와 가자, 그 다음이 어디냐? 타이완이냐 한반도냐?' 이런 주제의 논의에 접하게 돼요. 놀랍게도 한반도를 그다음 화약고로 지목해요. 한반도에서 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거예요.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중이 직접 싸우게 되니 둘 다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에 한반도 같은 곳에서 대리전 성격의 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거지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군사력을 대만해협이라든가 남중국해로부터 분산하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론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도 3차 세계대전이 나면 그건 한반도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전쟁을 막는 예방 외교에 최고의 역점을 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도 대화해야 하고 너무 미국 위주로만 나갈 게 아니라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의 틀도 만들어야 합니다. 한미동맹 강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지요. 우리 문제는 미국을 너무 많이 믿는 거예요. 미국이 우리가 원하는 걸 안 들어주면, 우리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겁니까?. 6·25 때도 마찬가지고 1968년 1·21 사태도 미국이 한국에서 이탈하거나 두 개의 전쟁을 치르려는 징후를 보이면서 북한의 군사적 공세가 강화된 겁니다. 동맹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적과 위협을 최소화하여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되는 동북아 안보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그런 스마트한 정부가 됐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 격인 지난해 12월 30일 당 중앙위원회의 전원회의 '보고'에서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강도가 너무 심하네요. 남북은 '교전 상태', '통일전선 전략과 기구의 전면 개편' 전쟁 발발을 전제로 했지만 "남반부의 전 령토를 평정하려는 우리 군대의 강력한 군사행동" 등의 표현은 기존의 남북한 관계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사변적 변화를 시사한다고 봐요. 이제 한반도 군사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고, 남북 관계에 대한 접근도 이론적이나 경험적, 그리고 정책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역설적인 것은 한국의 극성 보수 진영이 바라던 것을 김정은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통일부부터 없애는 게 수순으로 보이네요.
 
황방열·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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