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009410)이 환경 업체 에코비트와 골프와 레저사업을 영위하는 블루원을 매각하는 등 자구안을 내놨습니다. 오는 11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여부를 앞두고 기업회생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3일 태영건설은 여의도 태영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보유 자산 매각 △강도높은 구조조정 △PF 사업 재구조화·추진사업 조기 안정화 등의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자구안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과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등이 포함됐지만 SBS 매각과 사재출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가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이날 “산업은행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채권자들의 질의를 들었고 자구계획을 설명했다”며 “채권단의 이해와 지원이 없이는 태영건설이 처한 상황을 해쳐나갈 수 없다”라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또 “태영건설은 성실히 자구계획을 할 계획이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표했습니다. 다만 채권단이 요구해온 SBS 매각과 사재출연에 대한 방안은 법적 제약 등을 이유로 제외됐습니다.
양 전무는 “SBS 매각의 경우 허가 사업이다 보니 법적인 제약이 있다”라며 “대주주의 사재출연이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 방법 등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이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로 채권단 권리 회복을 도모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태영건설의 우발채무는 총 9조50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본PF 관련 금액은 4조6332억원에 달하며 중도금보증과 책임준공 확약은 각각 1조3142억원, 3조5570억원입니다. 이에 대해 김도훈 태영건설 개발본부본부장(전무)은 “분양률 75% 이상 본PF 보증은 사업성공 가능성이 높다”라며 “실질적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PF사업 재구조화에 대해선 “현재 공사비 부족분에 대한 자금 조달, 원금 조정, 대출 이자율에 대한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책임보증의 경우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은 대주단과의 협의를 거쳐 준공일자 변경을 검토하는 등 프로젝트별로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동성은 보유 부동산·투자주식 담보제공·매각을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태영건설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그룹과 함께 현재까지 PF대위변제(8940억원), 시행사 출자(540억원), 시행사 대여(2110억원), 자체사업 토지비(610억원) 등 PF사업 정상 진행을 위해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상황입니다.
양 전무는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지주사 차원에서도 계열사 매각, 담보 제공 등을 통해 지원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채권단의 동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가 가능합니다. 현재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3대 원칙인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 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정상화 방안 마련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 전무는 “SBS미디어넷 지분을 담보로 채무 대위변제를 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태영건설이 무너지면 협력업체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돼 성공적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은 지난 몇 년 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이런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면서도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회장은 특히 “현재 태영건설의 수주잔고는 12조원이 넘고 향후 3년 간 연 3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