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0월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하기 전 국민의힘 의원 노트북에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라는 피켓을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특검 법안을 현직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입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최후 견제 수단이 가족 비리 의혹 방어에 활용됐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이를 재가했습니다. 민주당 등 야 4당은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김건희 '방탄'을 위한 거부권 행사"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두 법안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장동 특검법'에 대해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라고 반격했습니다.
이 실장은 "특검 법안들은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될 수밖에 없다"며 "검·경 등에서 특검에 수백 명의 인력이 차출될 경우 법집행 기관들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실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면 대통령 부인을 관장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여야 모두 제2부속실 설치를 주장했으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제2부속실 폐지)이었다는 이유로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이와 함께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여야 추천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습니다.
지난달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부권에 '총선판 요동'…18표 이탈 땐 '특검' 확정
윤 대통령이 끝내 '김건희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100일도 채 남지 않은 4·10 총선 정국도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특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민심 악화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다수는 김건희 특검에 찬성함과 동시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쌍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됩니다. 국회가 재의결을 확정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재적의원 298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 199석 이상이어야 재의결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181석의 야당 의원(민주당 167석·정의당 6석·기본소득당 1석·진보당 1석·한국의희망 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5석)이 전원 출석하고 국민의힘 가운데 18석의 이탈표가 나오면 '김건희 특검법'이 확정됩니다.
재의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는데요. 때문에 재의결 시점에 따라 통과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 명단이 확정될 때까지 여론전에 나서며 특검법을 '꽃놀이패'처럼 활용할 전망입니다. 동시에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가리는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한다는 방침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