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문재인정부의 집값 등 국가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감사원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검찰이 첫 피의자 신병 확보부터 실패하면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해 온 야당의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법원, 구속영장 기각…“증거인멸·도망 염려 없어”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윤 부장판사는 “주거와 직업, 가족 관계가 일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으로 미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고, 참고인에게 회유와 압력을 행사해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일하며 한국부동산원에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습니다.
앞서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지난해 9월 윤 전 차관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검찰 “구속영장 재청구 고려”…민주 “전 정권 흠집내기” 비판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전지검은 9일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다량 확보된 증거로 혐의가 소명됐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피의자들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본건이 다수에 의한 권력형 조직적 범죄임에 비춰 납득이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필요한 수사를 계속해 가담자와 그 역할을 명백히 밝힐 것”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이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계획은 다소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다만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윤 전 차관 등에 대한 혐의 소명이 이뤄졌음을 어느 정도 인정했기에 검찰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와 별개로 ‘무리한 정치 수사’, ‘표적수사’라고 주장해 온 야당의 비판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발표 직후부터 전 정권을 흠집 내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해왔습니다.
8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에 문재인정부 당시 부동산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부 차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이동 중이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