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1일 현대제철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 승소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새해 첫 통상임금 관련 재판에서 노동자가 승소했습니다. 기아에 이어 두 번째 대법원 확정판결이 현대제철 사례에서 생겼습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란 대법원 판례가 굳어지면서 올해 판결을 앞둔 다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재계는 당장 올해 노사 단체협상부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을 걱정합니다.
11일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확정판결이 이뤄진 대법원 앞에서 “2013년 5월31일 소를 제기했고 그로부터 10년 8개월만에 대법원은 현대제철의 상고를 기각했다”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전제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청구를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대제철은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정기상여금이 반영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 미지급액과 그 지연이자를 포함한 780억원을 노조에 지급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1차 소송으로 2차, 3차 소송도 남았습니다. 이들 소송은 1차 재판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휴정했던 상태로 노조가 승소한 판례가 반영될 듯 보입니다. 현대제철은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충당금으로 이미 3500억여원을 쌓아뒀습니다. 1차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노조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판결도 반전은 없었습니다. 어느정도 예상됐던 결과라 사측은 노조와 합의를 원했던 듯 비칩니다. 노조는 “법리적 공방보다 소송지연을 통해 소취하를 유도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승소금을 지체없이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재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됩니다. 앞서 2020년 기아가 1차 소송에서 노조가 승소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었습니다. 이후 기아 사례는 2차, 3차 소송과 개별소송까지 번졌습니다. 작년에는 금호타이어가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인 노동자가 일부 승소한 끝에 소 취하로 노사합의했습니다. 또 HD현대중공업이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 강제조정절차가 진행돼 노사 수용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잇따라 사측이 패소한 데다 대법원이 일관된 법리를 유지하면서 노동자 측이 유리해진 상태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 첫 판례가 나온 이후 기업들이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노사합의를 진행했다”며 “소급 적용해 새롭게 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다만 통상임금 범위가 확장되면서 개별 소송이 많아졌고 단체협상도 까다로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사측은 재판 과정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방어논리로 앞세웠습니다. 하지만 앞선 소송들에서 재판부는 신의칙에 위배될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상임금 여부를 따질 때 고정성, 정기성, 일률성을 기준으로 제시했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세부 원칙을 따지는 여러 소송도 파생됐습니다.
특히 고정성을 따질 때 재직자 조건을 다투는 재판이 올해 관심사입니다.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인데, 세아베스틸의 통상임금 소송 하급심에서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는 뒤집힌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2019년 전원합의체에 올려 5년째 심리 중입니다. 올해 결과가 나올 듯 보여 판례가 바뀔지 주목됩니다.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킬지를 두고도 현대해상화재보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이 또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민간기업까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재계와 노동계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