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주식시장도 덩달아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암호화폐에 자금이 몰리면 성장주와 기술주 등의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향후 흐름에 따라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ETF 승인으로 자금 유입 기대…접근성 획기적 개선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EC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그레이 스케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거래 펀드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승인된 상품엔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상품을 비롯해 발키리, 프랭클린, 비트와이즈, 피델리티, 해쉬덱스, 아크 인베스트, 그레이스 케일, 위스텀트리, 반에크, 인베스코 갤럭시 등이 포함됐습니다.
SEC에 신청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당장 이날(11일 현지시각)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매매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전문 거래소를 이용해야 했지만, 접근성이 더욱 편리해진 셈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 금융권에서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막대한 자본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EC의 ETF 승인 시 상당 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 ETF의 상품으로 유입되면서 자산으로서 입지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면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물 ETF 승인으로 투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점은 일종의 혁신”이라며 “현물 ETF로 인해 수급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운용사들의 광고 등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져 자금 유입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달러(약 132조원)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장주·기술주 랠리 기대감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은 암호화폐 업계뿐 아니라 증시에서도 중요한 이벤트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암호화폐 가격 상승은 유동성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서 과거보다 약해졌으나 비트코인의 강세는 성장주의 상대적 강세를 예측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미국 정책 당국이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하는 배경에 대해 박상현 연구원은 “비트코인으로 대변하는 암호화폐가 각종 기술혁신 사이클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매그니피센트7(애플, 아마존닷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테슬라, 엔비디아)’ 등 시장의 기술혁신 사이클에 관심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연초 주춤해진 기술주 랠리를 다시 자극할 요소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과와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피는 것은 주식시장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운용업계, SEC 승인 환영…국내 제도 변화 기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아직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당장 유사한 투자상품이 출시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홍콩증시에 비트코인 선물 액티브 ETF를 상장시킨 바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법인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는 지난해 8월 미국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관련 ETF는 운용사 대부분이 상품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 ETF의 경우 당국의 허가가 필요해 스터디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번 SEC의 승인으로 국내에서도 제도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