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신태현·최수빈 기자] '여당발 물갈이'가 시동을 걸었습니다. 1차 표적은 '영남·중진' 의원입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동일 지역 3선 이상의 경우 경선 점수를 최대 35%까지 감산하기로 하면서 '영남·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당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의 한 식당에서 4·5선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역 30% 불이익…최소 7명 '컷오프'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최근 공관위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권역별 하위 10% 컷오프(공천 배제)를 결정했습니다. 또 하위 10~30%의 경우 경선 점수에서 20%를 감산합니다. 공관위가 발표한 기준은 공천 '물갈이'로 대표됩니다.
현역 의원은 당무감사 결과(30%)와 공관위 주관 컷오프 조사 결과(40%), 기여도(20%), 면접(10%)으로 평가합니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하위 10% 이하를 공천 배제하고, 하위 10~30%는 경선 득표율에서 20% 감산하는 조정지수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하위 30%'까지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최소 7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 배제되며, 평가 방법에서 감점을 받는 현역 의원이 18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이 포함된 3권역은 컷오프 의원이 3명, 감점을 받는 현역이 8명에 이릅니다. TK(대구·경북) 지역을 포함한 4권역도 컷오프 2명, 감점 6명입니다. 이에 반해 수도권과 전북으로 이뤄진 1권역과 충청권인 2권역은 컷오프 인원이 1명, 감점 인원은 2명씩에 불과합니다.
또 같은 지역구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경선에서 15% 감점됩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이면서 교체지수까지 하위권이면 경선 득표율 감산을 중복 적용받아 최대 35%의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반면 청년을 비롯해 정치 신인, 여성, 중증 장애인, 탈북민, 다문화 출신, 유공자, 공익제보자, 사무처 당직자·국회의원 보좌진 등에겐 가산점을 주기로 했습니다. 경선 참여 후보자 수와 신인 여부에 따라 최저 2%에서 최고 20%까지 가산점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청년이면서 정치신인이면 양자 대결에서 가산점을 20% 받습니다. 다른 가산점 요인들에 해당하지 않고 정치신인이기만 할 경우, 양자 대결에서 7%의 점수를 기본으로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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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이상 '반발 기류'…"용핵관 경쟁력 없다"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는 3선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불고 있습니다. 시스템 공천이 대놓고 이른바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밀어주기라는 반발 때문입니다. 현재 용핵관들은 대통령실을 떠나 양지를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론 잠재우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어르신 정책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인 틀은 시스템 공천이지만 각론에 들어가서 지역별로 특수 사정이 있는데,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라는 게 공천이 공무원 임명하듯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내일 열릴 의총에서 의견들이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용핵관들이 험지가 아닌 양지 출마를 선호하고 있는 것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현역 의원들과 공천 경쟁으로 내부 권력 다툼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 영남 지역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들 중에서 국민들이 알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며 "(용핵관들이) 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경쟁력도 별로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스템 공천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현역 의원 입장에서 불리한 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볼만 하다"며 "막 자르지 않는 시스템 공천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진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일자 한 위원장은 여론 달래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IFC 소재의 식당에서 4·5선 중진 의원들과 식사를 진행했습니다. 전날 공천시스템 발표 이후 중진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관련 대화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경험 많으신 경륜 있는 분들로부터 여러 좋은 말씀을 들었다"면서 "시스템 공천을 보수당이 처음으로 실천하게 된 취지에 대해 설명했고, 굉장히 잘했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의 한 식당에서 열린 4·5선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표진수·신태현·최수빈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