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5개월 가까이 수사 중인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퇴임으로 공수처는 곧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됩니다.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수사 진척상황 ‘오리무중’
공수처는 지난해 8월부터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국방부의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작년 8월23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어 9월에는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고 진상규명 TF’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10월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각각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첫 고발장을 접수했을 당시 공수처의 움직임은 기민했습니다. 고발 15일 만인 9월8일 박 전 단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같은 달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으로 수사팀을 보내 수사단 관계자 및 경북경찰청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초조사가 마무리되면 해병대와 국방부 등 윗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진척 상황은 오리무중입니다. ‘인권 친화적 수사’를 표방하는 공수처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쉽사리 알리지 않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5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윗선 수사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 지휘부 개입 의혹 공개돼
그 사이 수사외압의 정황은 추가되고 있습니다. 전날 군인권센터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팀장 간 통화 녹취록 2개를 공개했습니다. 국방부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회수해 간 지난해 8월2일과 3일 이뤄진 통화 내용입니다.
특히 8월2일 통화에서 해병대수사단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경찰이 ‘인계’했다고 왜 명확히 밝히지 않고 ‘제공받았다’ 수준의 입장을 표명하느냐는 해병대 수사관의 질문에 경북경찰청 팀장은 “지휘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이 대화가 경찰 지휘부의 개입 정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역시 “경찰이 해병대로부터 합당하게 이첩받은 사건을 군검찰에 반환한 과정에 모종의 윗선 ‘외압’이 작용했라고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외압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도 공수처는 조용합니다. 이런 가운데 김진욱 처장은 20일자로 임기를 마무리합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기 내 마무리’를 공언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날 퇴임 소회를 밝히는 언론 간담회가 열렸지만 이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공수처장 부재 상황에선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동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차기 공수처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어 수장 공백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이에 민변과 참여연대는 18일 공수처가 있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