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북러 '초밀착'…푸틴 방북 땐 '동북아 급변'

정찰위성 넘어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북러 핵심 의제

입력 : 2024-01-19 오후 3:53:22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러가 초밀착 행보에 나서면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까지 성사되면 양국 간 무기 거래와 기술 전수·경제 협력은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동북아 정세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급변할 전망입니다. 
 
무기거래 나선 북러 '전방위' 협력…푸틴, 24년만 방북
 
18일(현지시간) 프라나이 바디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국장은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군사 분야 협력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디 국장은 "이 협력의 결과로 이 지역 내 위협으로서 북한의 성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북아 지역 내 위협 수준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양국을 번갈아 방문하며 속도를 붙였습니다.
 
지난 15~17일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이 2박3일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까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에도 크렘린궁은 "민감한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2차례 실패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러시아로부터 기술 전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푸틴의 이번 방북이 성사되면 24년 만이자 러시아 정상의 두 번째 방북이 됩니다. 북러 정상회담은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기 총 13차례 있었는데, 러시아 정상이 북한을 방북한 건 지난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방북 시기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는 3월 15~17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러 간 협력은 외부에서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한 관계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며 "군사분야 협력은 분명하고, 경제분야 협력에서도 상당 수준의 협의가 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실행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푸틴의 방북은 북러 간의 합의 이행에 가속도를 붙이는 중요한 계기로 봐야 한다"며 "북한의 전략 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는데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냉전 시대에 소련은 북한에 재래식 무기 분야에선 지원했지만, 전략무기 분야에선 협력하지 않았다"며 "김정은의 방러를 계기로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정찰위성과 공군 및 해군의 현대화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북 우발적 충돌 우려…'한미 확장억제'에 변수
 
북한은 19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국방과학원 수중무기체계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조선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2025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했던 원자력추진잠수함의 개발이 북러 협력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결국 북러의 밀착이 북한의 도발 수준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바디 국장은 북러의 군사협력이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협력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하지 않았고, 단지 북한 자체의 (핵무력) 진전만을 기초로 삼았다"며 북러 간의 무기 공동 생산 가능성, 북러 간 동맹 수준의 협력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북한에서 받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실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는데, 이는 북한 무기체계의 실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목입니다.
 
또 북한이 연이어 '전쟁'을 언급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는 와중에 우리 정부도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강대강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한반도 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동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