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국론분열 유도냐 실제 위협이냐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 "김정은,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정 내린 듯" 주장

입력 : 2024-01-17 오후 3:46:14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일 '전쟁 불사론'을 꺼내들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총선을 겨냥한 '허세'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반도 전쟁 위기가 실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등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론, 귀담아 들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국론 분열을 겨냥한 '정치 도발'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반도 내 전쟁 위기가 '실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한반도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협상 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던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 글에서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교수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해 초부터 북한 언론에 등장한 전쟁 준비에 대한 언급이 북한의 전형적인 엄포로 보이지 않는다"며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고 우려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같은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전쟁 우려'를 주목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칼린 연구원과 헤커 교수, 갈루치 교수는 실제로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을 뿐 아니라, 실제 협상에도 나섰던 전문가들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고유환 전 통열연구원 원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해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 과거식으로 안이하게 판단할 게 아니라 김정은 시대에 달라진 북한을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사이에 여러 징후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을 예측할 근거들이 쌓이고 있다"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에 전쟁 억제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실상 미국과 전쟁을 펼치고 있고, 중국은 언제든 대만 문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5일 오후 연평 주민들이 인천 옹진군 연평도 대피소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 (사진=뉴시스)
 
해상 화약고 NLL, 우발 충돌 발생하나
 
당장 전면전이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남북의 해상 화약고로 불리는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은 NLL이 정전협정이나 국제법에 근거를 두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이라는 건데요. 우리 군은 "NLL은 우리 장병들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수해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NLL을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것은 우리 군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반박합니다.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일 3국은 15~17일 사흘간 남방 공해상에서 올해 첫 해상훈련을 실시했다며 "이번 훈련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및 수중 위협에 대한 억제·대응 능력을 높이고 대량살상무기 해상 운송 차단 등 해양안보 위협 대응 및 규칙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증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NLL에서는 이미 충돌의 역사가 많기 때문에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고 전 원장도 “의도된 전쟁도 있지만 우발적인 충돌에 의한 확전 가능성도 있다"며 "제한 전쟁으로 국지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방북, 북 군사기술 고도화 연결?
 
우리 정부는 한반도 전쟁 우려를 일축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만약 진짜 전쟁을 하려 한다면 필수적인 포탄 수백만발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겠느냐"며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조만간 성사되면 '전쟁 위기'는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냉전 시대에 소련은 북한에 재래식 무기 분야에선 지원했지만, 전략무기 분야에선 협력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김정은의 방러를 계기로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정찰위성과 공군 및 해군의 현대화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2025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했던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푸틴의 방북으로 군사협력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실상 독재국가인 북러 사이에 정상의 만남은 합의 이행의 가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당시 러시아로부터 기술전수를 받았다는 의혹처럼, 북한의 전략 무기 체계 고도화에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협력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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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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