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일 경찰에 비공개로 출석합니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에도 불구, 또다시 사정당국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평일이 아닌 주말 비공개 조사를 놓고 뒷말들도 나올 전망입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주말인 2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비공개 출석합니다. 지난해 특사 후 2개월여만에 다시 혐의가 불거졌습니다. 황제보석 등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이 전 회장인 터라,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부적절한 사면이라는 지적이 들끓었습니다. 이에 이 전 회장을 사면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할 말을 잃게 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언론 조명을 받으며 경찰 조사에 임할 경우 대통령실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경찰에서 이를 의식해 주말로 조사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됩니다. 태광 측은 비공개 조사가 이뤄질 것을 인정하면서도 “회장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출석일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직원 계좌로 허위 급여를 받아 2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태광CC를 통해 계열사로부터 공사비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작년 10월부터 3차례 태광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전 회장에 대한 첫 소환조사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태광 측은 이 전 회장 공백기에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골프장)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티시스의 내부 비위행위를 적발했고,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를 해임시켰다는 입장입니다. 김 전 대표는 검찰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재계에선 김 전 대표가 그룹 살림을 책임졌던 2인자였지만, 이 전 회장과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져 내부고발로 이어질지 관심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이 전 회장이 사면 심사를 받을 당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남편 송종호 변호사가 태광그룹 법무실장을 지냈고 고문직을 이어온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노공 차관은 18일 격무를 이유로 사임했습니다. 이 차관은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도 거론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비자금 조성 혐의 외에도 태광그룹 협력사에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지난해 4월 사무금융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이 전 회장과 회사 관계자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던 사건입니다.
경찰은 또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김치·와인 강매사건도 다시 살피고 있습니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에 대한 김치·와인 고가 강매를 적발하고 사익편취행위로 이 전 회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 회장 측이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원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한편, 과거 황제보석과 특별사면 등이 이어지며 법무부에 대한 정치권 비판도 이어지는 터라 이번에 비공개 출석까지 더해 이 전 회장에 대한 특혜 시비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