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정치 실종' 시대를 맞아 협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야는 쟁점 법안들을 두고 출구 없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고 난관은 일명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및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입니다.
정국 뒤흔드는 '김건희 특검'…협치 사실상 스톱
쌍특검법은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지난해 4월27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2월28일 여당의 불참 속에 통과됐습니다.
해를 넘긴 지난 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이후 야당인 민주당은 곧바로 다시 재의결하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재표결 시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재의결을 촉구하는 입장입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표결되던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의 본회의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변경동의안은 야권의 반대 투표로 무산됐습니다.
지난 25일 본회의에서도 재의결이 이뤄지지 않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쌍특검법 재표결 촉구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쌍특검법을 상정해 재표결함으로써 최소한 정치적 양심을 지키라"며 "그렇지 않으면 쌍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임을 스스로 자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쌍특검법 재표결 촉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은 영부인 의혹 은폐에 앞장서고 있다"고 발언하고, 장경태 최고위원이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명품가방 수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등 날을 세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특별법 운명 초읽기…거부권 땐 '파장'
쌍특검법은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재적의원 중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는 일반 표결 절차와는 달리 재의결 문턱은 더 높습니다. 재적 의원 298명 중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구속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재적 의원 전원(297명)이 출석할 경우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최소 198석의 찬성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야권 의원은 182석입니다. 세부적으로는 민주당 164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진보당 1석, 한국의희망 1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9석입니다.
산술적으로는 야권 의원들이 전원 출석하고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20석 가까이 이탈표가 나오면 재표결에서 통과될 수 있습니다. 무기명 투표인데다가, 총선 공천 문제가 얽혀있어 이탈표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예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옵니다. 재의결 후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역시 지난 9일 국민의힘의 집단 퇴장으로 인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19일 정부로 이송된 바 있습니다. 이송 후 15일 이내인 오는 2월3일이 처리 시한으로, 해당 기간 내에 윤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 행사에 나서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법안이 공포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국민의힘은 이송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하기로 당론을 모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습니다.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이 야당에 편향적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위해 양보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 면담 공개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보고 나서 쌍특검범 처리까지 연계해 함께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지난 25일 쌍특검법 재표결 촉구대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결 시기를 정하겠다는 궤변까지 나왔다"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