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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4일 17: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가운데, 국내 전통 제약사들까지 잇따라 CDMO 사업에 뛰어들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도 CDMO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거론된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과 전략을 짚어보고, 신시장 진출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도 함께 점검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CDMO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가 고배를 마신 사례를 살펴보면 막대한 시설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수주 실적 확보에 실패하거나,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부침을 겪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더해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는 제약사들은 고객사와의 이해 상충에 따른 신뢰 확보 문제라는 과제까지 마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산역량 갖춰도 높은 트랙레코드의 벽…시장 트렌드도 변수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지놈앤컴퍼니(314130)와
HK이노엔(195940)이 차례로 CDMO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먼저 HK이노엔은 지난 2020년 경기 하남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센터를 구축하고, 2022년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획득하며 CDMO 시장 진출의 채비를 마쳤다.
이후 회사는 세포치료제 전문 기업 앱클론과 CAR-T 세포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CDMO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어 GC셀과 면역항암제 개발 위한 CAR-T, CAR-NK세포치료제 공동연구 계약 체결, 지아이셀과 CAR-NK세포치료제 관련 공동연구개발 계약 체결 소식 등을 알리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주 성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CDMO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이래로 사업보고서에서는 수주 현황이 별도로 표기된 내역이 없었다. 초기 단계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을 기회를 확보하지 못하며 사업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지놈앤컴퍼니의 경우 가시적인 수주 실적을 확보했음에도 시장의 변화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 사례다. 회사는 지난 2021년 9월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CDMO 'List Biological Laboratory(리스트랩)' 경영권 인수를 시작으로 CDMO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으며, 같은 해 10월 CDMO 사업 집중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 'List Biotherapeutics, Inc.(리스트바이오)' 설립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Fishers 시에 대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놈앤컴퍼니는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부터 CDMO 수주 현황을 기재하기 시작했으며 실제 매출의 대부분이 CDMO에서 발생하며 사업 의존도가 높았다. 2025년 연결기준 전체 매출 244억 8700만원 가운데 CDMO 매출은 123억 9900만원으로 약 50.64%에 달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난해 2월 IR을 통해 CDMO 사업의 점진적인 철수를 공식화하며 마이크로바이옴 CDMO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 개발 및 마이크로바이옴 상업화로의 전략 변화를 안내했다. 이 같은 결정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줄어들며 CDMO 수요 전망이 어두워진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회사의 CDMO 수주잔고는 2022년 58억 4200만원, 2023년 32억 3900만원, 2024년 80억원으로 대체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지만, 지난해 보고서에선 34억 8800만원까지 감소하며 급격한 내리막을 겪었다.
고객사에 대한 신뢰 형성의 문제도…자회사 형태로 돌파
전통 제약사가 CDMO 사업을 직접 수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이해 상충의 문제다. CDMO 고객사는 자사의 핵심 자산인 신약 후보물질의 공정 기술과 데이터를 생산처에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위탁 생산처가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일 경우 잠재적 경쟁사에 대한 기술 유출 우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법인을 분리해 독립된 경영 체계를 갖춤으로써 물리적, 제도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인적 분할을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사업에 집중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별도 관리 체계로 편입시켰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CFA(재무분석사)는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공시에 대한 코멘트 보고서를 통해 분할의 핵심 배경은 사업 분리를 통한 이해상충의 해소에 있다고 짚었다.
정 CFA는 당시 보고서에서 "CDMO는 고객사로부터 공정 및 기술을 이전 받는 사업 특성상 신약개발을 병행할 경우 기술 유출 우려로 신규 수주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 분리로 이해상충 우려가 해소됨으로써, 신규 CDMO 수주 확대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