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이 무죄 판례를 얻어 불법합병 의혹에 따른 곁가지 재판에서도 한층 유리해졌습니다. 한켠에서는 삼성웰스토리 1심 재판이 진행돼 왔습니다. 검찰 공소장 논리가 불법합병 재판과 같아 판결은 서로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여기에 불법합병 사건 최종 판결에 따라서 국민연금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었는데 삼성이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심 공판이 열리고 있는 삼성 웰스토리 재판은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다룹니다. 이번 불법합병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한 주가조작 혐의와 상통합니다. 검찰은 이재용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산하 웰스토리 사업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키웠다고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불법합병 재판이 목적이라면 웰스토리 재판은 그 과정을 다룹니다. 앞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 회장이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받은 재판도 과정 중 하나로 연결됐습니다. 당초 법조계에선 “부당합병을 위한 뇌물공여죄가 대법원에서 인정돼 그런 부당합병이 없었다는 판결이 하급심에서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었는데 뒤집혔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가지 재판이 인과관계로 연결돼 서로 판결에 영향을 주는 구도입니다. 다만 웰스토리재판은 삼성전자 법인과 전 임원들만 기소됐습니다. 관련 행정소송도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취소 여부만 다룹니다.
2021년 공정위는 해당 사익편취행위를 적발하고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웰스토리에 시정명령과 총 2349억27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와 전 임원들을 고발했는데 검찰이 불구속기소한 대상과 일치합니다. 작년 말 공정위가 사익편취행위를 적발하면 사실상 수혜 대상인 총수일가도 무조건 고발하는 법 개정 작업이 추진됐으나 재계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비슷한 사건에서 공정위가 총수일가를 고발하지 못한 이유는 부당행위에 직접 관여한 증거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항소해 불법합병 상급심에서 이 회장의 관여성이 인정되면 사익편취 사건까지 추가 고발로 번질 수 있었지만 1심에선 걱정을 덜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부당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며 배상청구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은 불법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최소 1137억8000만원에서 최대 675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런 주장도 힘을 잃게 됐습니다.
엘리엇 재판도 흐름이 바뀔 수 있습니다. 엘리엇은 국민연금 합병 찬성 의결을 이유로 1300억여원 손해배상을 우리 정부에 요구해 관련 국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만약 최종 패소한 정부가 1300억여원을 물어줄 경우 국고 유출에 따른 구상금을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에 견줘 시민단체들은 엘리엇과 다르게 손해보전을 시도하지 않는 국민연금을 비판해왔으나 이번 재판 결과로 동력이 약해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흔히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되는 내부자거래가 재판 과정에서 들춰지면서 이사회 개편과 지주체제 전환 등을 요구하는 헤지펀드 목소리가 커졌다”며 “이런 요구들도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