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 의혹’ 삼성 이재용 1심 ‘무죄’(종합)

최지성·김종중·장충기 등 13명도 모두 무죄
재판부 “합병, 경영권 강화·승계만의 목적 아냐”
이재용 측 “합병·회계 적법성 인정…재판부에 감사”

입력 : 2024-02-05 오후 3:40:43
[뉴스토마토 유연석·신대성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합병’하면서 인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는 등의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이 회장을 2020년 9월1일 기소한 후 3년 5개월 만입니다. 
 
재판부 “합병, 경영권 강화·승계만의 목적 아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5일 오후 2시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경영진 이사회는 성장 정체 및 위기 극복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던 중 합리적인 사업적 논의를 통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검토·추진했다”면서 “이재용과 미전실이 이 합병을 전면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재용의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합병의 목적이 오직 경영권 승계에만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합병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다는 검찰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이미 진작에 추진됐고, 부정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검사는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제일모직은 자본시장법 절차 등을 준수하며 적법하게 자기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측 “삼성물산 합병·삼바 회계처리 적법성 확인”
 
검찰은 이 회장이 최소비용으로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전실이 2012년부터 추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불법합병에 관여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이 회장과 미전실 관계자들을 기소했습니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혐의도 받습니다. 더불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의 최종 책임자이자 수혜자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이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 참담하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날 무죄 선고 후 이 회장 측 대리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되었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는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이라며 법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논평을 냈습니다. 단체는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며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하여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유연석·신대성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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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