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가 배터리의 효율성과 재활용성을 평가해 지원을 차등화하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테슬라를 견제하려다 국내 대형 업체만 우대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이 낮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겨냥한 만큼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업체들은 줄어들 보조금 혜택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특히 LFP 배터리를 확대 적용하고 있는
KG모빌리티(003620)(KGM)를 비롯해 중소 전기차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KG모빌리티가 지난해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토레스 기반 전기 픽업 콘셉트 O100.(사진=KG모빌리티)
1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오는 15일까지 보조금 개편안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차종별 국고보조금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개편안의 핵심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차량에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전기 승용차에는 배터리효율계수를 새롭게 도입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배터리환경성계수도 올해 첫 도입해 전기차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활용 가치를 따져 보조금 지원액도 가르기로 했습니다.
이는 LFP 배터리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배터리업체 주력상품인 LFP 배터리보단 국내업체가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가 크다고 평가됩니다. 사용 후 회수할 유가금속이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뿐이지만 NCM 배터리는 리튬에 더해 니켈·코발트·망간 등도 있기 때문이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배터리는 가격은 싸지만 재사용·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으로 건질 수 있는 재료도 리튬 이외에는 사실상 없다"며 "전기차 폐차시 등장하는 LFP 배터리 재처리 재활용 방법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터리효율계수의 경우 1ℓ당 전력(Wh)으로 측정되는 배터리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차에 보조금을 더 주는 장치입니다. 배터리 무게가 적게 나가고 에너지 출력이 크면 클수록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LFP 배터리는 구조가 안정적이고 수명이 긴 대신 밀도가 NCM 배터리보다 낮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 특히 현대차·기아에 더 많이 혜택이 돌아가고 테슬라 등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혜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슬라의 경우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를 달면 받을 수 있는 20만원 지원금도 새로 생겼는데 OBD를 달지 않은 전기차가 사실상 테슬라뿐이어서 테슬라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수입 전기차.(사진=뉴시스)
하지만 개편안 불똥은 KG모빌리티와 중국산 저가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소형 또는 초소형 전기차 업체들로 튀었는데요.
KG모빌리티의 경우 토레스 EVX에 중국 BYD의 LFP배터리를 적용했습니다. 토레스 EVX는 KG모빌리티가 생산하는 유일한 전기차인 데다 '보조금 적용시 3000만원대의 가격'을 강점으로 앞세운 터라 보조금 축소에 따른 판매량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전기 픽업트럭에도 BYD의 LFP 배터리가 탑재되는 등 향후 전기차 판매에 영향이 미칠 전망입니다.
KG모빌리티는 전동화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BYD와 손잡고 2025년을 목표로 창원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정부에 우리 의견을 최대한 전달하려 한다"며 "소비자가 자사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최선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소 전기차 제작·수입·판매 업체 10여개사로 구성된 '대한민국 중소기업 전기차 발전협의회'도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영업자 등을 주요 고객층으로 소형 화물 전기차, 초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들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부분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올해 보조금이 줄면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고 사실상 폐업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인데요. 대형 완성차 업체를 제외하면 국내 배터리 업체로부터 배터리를 공급 받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를 통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LFP 배터리 사용이 불가피한데 올해부터 불리한 보조금 정책이 나왔다"며 "전기차 생산 물량이 적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우리에게 맞는 배터리를 생산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KG모빌리티가 BYD와 협력한 것을 두고 국내 3사로부터 배터리 공급이 어렵자 중국 업체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해외 합작공장에만 집중해도 공급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외 대신 한국에 투자할 인센티브도 적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