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전격 수교'…김정은 고립 본격화

중국·러시아 연대 강화하고 '한반도 불안' 조장할 가능성
김정은 "연평도·백령도 인근 대비 강화"…서해 충돌 우려

입력 : 2024-02-15 오후 4:51:59
국 뉴욕 소재 주유엔 한국대표부 건물. 우리 유엔대표부는 1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주유엔 쿠바대표부와 외교 공한을 교환하고 양국 간 대사급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리 정부가 반세기 넘게 북한과 '형제국' 관계를 이어온 사회주의 국가 '쿠바'와 수교를 맺었습니다. 북한은 최근 잇달아 재외공관을 철수하며 반미 외교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이어왔는데요. 핵심 우방국인 쿠바마저 한국과 수교에 나서면서 북한의 '외교 고립'이 본격화 돼 한반도 정세는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 반발 우려에 '깜짝 발표'…"한중 수교 만큼 충격"
 
15일 외교부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에서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외교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수교 수립 소식은 지난 14일 늦은 밤 예고 없이 깜짝 발표됐는데요. 양국은 미국 뉴욕에서 주유엔 대표부 간 외교 공한을 교환한 뒤 정확히 5분 뒤 공표하기로 '분'까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는 대외적 발표 이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으로 등극했습니다. 한국이 아직 수교하지 않은 유엔 회원국은 이제 시리아만 남았습니다. 북한의 경우 159개국과 수교하고 있는데, 한국과 외교 관계없이 북한과 수교한 국가는 시리아·팔레스타인 단 두 곳뿐입니다.
 
이번 양국 수교 성사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지만 '한중 수교' 당시에 버금가는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잇달아 재외공관의 문을 닫아 왔습니다. 유엔 안전 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재외공관의 외화벌이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인데, '비서방'·'반미 외교 강화'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 겁니다.
 
그런 와중에 중남미 외교의 거점인 쿠바가 자신들과 소통 없이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북한의 '외교 고립'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쿠바와의 관계 발전이 북한 견제를 위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전 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한이 최근 남한을 제1의 적대국이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전통적 우방국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은 북한에 충격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미싸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고립된 북, 전방위 무력시위…올해만 5번 쏜 순항미사일
 
북한의 외교 고립은 한·쿠바 수교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북한은 중국·러시아로의 연대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탈출구 마련을 위해 한국의 4월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도발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층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은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하루 앞두고 평양 김일성광장에 대규모 인파를 집결했습니다. 북한이 중요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일은 아니라, 각종 무기를 동원한 열병식이 개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례적인 대규모 군중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올해만 벌써 5번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발사 현장을 직접 지도하며 "이제는 우리가 해상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연평도나 백령도와 같은 서해 지역에서 경계선을 문제 삼아 충돌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의 도발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간 도발은 핵공격 능력 과시에 치중했는데, 최근에는 잠수함이나 발사대가 있는 차량 등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력을 다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한미의 탐지·요격이 곤란하도록 기습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수순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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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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