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 투쟁선언에 대해 정부가 법·행정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수련병원 23곳의 7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실제 근무를 하지 않을 경우 업무개시(복귀) 명령과 명령 불이행 시 본격적인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자"고 언급했지만, 의협 측은 "대국민 담화는 의사 처벌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등 의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입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의협이 대화가 아닌 투쟁의 방식을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을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협 투쟁선언문에 "유감, 강력 대응"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불법적 집단행동 발생 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공무원 개인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과 근거없이 악의적인 사항을 유포하는 행위는 부처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의협은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 회원 투표를 통해 단체행동 시기를 결정,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겠다는 투쟁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투쟁선언문을 통해 "잘못된 정부의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거대한 싸움에 회원 모두가 당일대오로 동참해야 한다"며 "어떤 억압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의협은 오는 25일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여는 등 대규모 집회를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빅5 전공의 줄사직 땐 '진료차질 불가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18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100개 수련병원 중 23개 병원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병원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23개 병원은 서울아산, 서울성모, 아주대, 길병원, 강남세브란스, 고대구로, 인하대, 한양대, 성빈센트, 원광대, 해운대백, 인천성모, 국립중앙의료원, 여의도성모, 부천성모, 강릉아산, 대전성모, 은평성모, 분당재생병원, 춘천성심, 국립경찰병원, 광주기독병원, 원광대산본병원 등입니다.
더욱이 '빅5(서울대· 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병원의 전공의 2745명이 오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며 의료대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직서 제출 후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근무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대형병원 중심으로 의료차질 발생은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조규홍 장관은 "아직 실제로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전공의분들이 실제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에는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수련병원 전공의 중 실제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103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들 중 100명은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3명은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1차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정갈등 '격화일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단체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의협은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즉각 성명을 내고 "대국민 담화문은 전공의의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에 단체행동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 행태"라며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의대증원 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의사단체 집단행동에 대비해 비상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전국 400곳의 응급 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 체계를 운영하고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며 비대면 진료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