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를 항의하던 졸업생이 강제 퇴장당한 사건과 관련해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반복되는 ‘입틀막’…경호처 “경호 안전 확보”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는 대통령의 축사 도중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졸업생을 경호원들이 강제로 입을 틀어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끌고 나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에도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힌 채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가는 일이 일어났는데, 한 달여 만에 비슷한 사례가 반복된 겁니다.
대통령실은 해당 졸업생을 퇴장시킨 것과 관련해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강 의원을 끌어냈을 때도 대통령실은 강 의원이 ‘경호상 위해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경호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경호’란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안전 활동이라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쫓겨난 졸업생의 경우 대통령과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구호를 외쳤을 뿐, 대통령 신체에 위협을 가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호원들의 ‘과잉 경호’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대통령 신변 아닌 심기 경호”
시민단체에서는 반복되는 ‘입틀막’ 경호에 대해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합니다.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변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오히려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김건희 여사가 축사자로 참석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끌려나간 것과 대통령실 앞 집회금지 등을 언급한 뒤 “일련의 사태를 보면 모든 게 연결돼 있다. 대통령 부부 앞에서는 공개적으로 비판 의사는 표현조차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체주의 독재나 다름없다. 경호처가 대통령 신변이 아닌 심기를 경호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참여연대도 “민주주의 국가의 주요한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단체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에게 공권력을 남용하여 입을 막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위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졸업식에 참석한 카이스트 재학생 및 졸업생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본 국민 모두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징계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