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줄이고 '신사업'으로 눈 돌린 건설사

신재생에너지·SMR에 주목
시장 침체기, 신사업이 기업역량 가를 듯

입력 : 2024-02-20 오후 3:50:03
 
[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건설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국내 주택사업도 깊은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의 건설사들은 일부 대형 아파트 단지 준공과 해외실적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규모와 영업이익률은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하락세에 접어든 2022년보다 떨어진 상황입니다. 
 
하향기조가 뚜렷한 건설산업에서 기업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주목하는 분야는 에너지와 친환경 등 이른바 '신사업'입니다. 

그린수소·SMR·데이터센터 등 주요 신사업 떠올라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내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소형모듈원전(SMR),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기반한 신재생에너지사업, 데이터센터 인프라 건립 등 주택 외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 계획입니다. 
 
주요 건설사 신사업 추진 현황 (그래프=뉴스토마토)
 
건설업계가 이 같은 신사업 투자를 본격화한 때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입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2022년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당시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시티, 라이프스타일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차별적 역량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시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도 SMR 사업 본격화, 탄소중립 기반 플랜트 시설 설계 및 신재생 에너지 사업 진출 등을 가시화하기도 했습니다. 
 
2년 가량 지난 현재,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에 주요 건설사들은 신사업 파이를 더욱 키우는 분위기입니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각 사 고유의 장점을 살려 깊이 있고 세밀하게 신사업을 추진하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미래 '그린수소'…삼성·대우·SK 주목 
 
주목할 만한 신사업는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입니다. 해당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입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오만에서 추진되는 연간 100만 톤 규모 그린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인 ‘살랄라 H2 그린 암모니아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권을 컨소시엄을 통해 확보한 바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호주 등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한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실행 중입니다. 생산 시설 준공 이후 삼성물산은 운영과 수출도 직접 진행할 예정입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에는 김천시, 국내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오프그리드(Off-grid) 태양광발전을 활용해 청정 에너지원인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경북 김천시에 구축하는 업무협약(MOU)도 체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김천 태양광발전소로부터 얻은 100%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일일 0.6톤(t)의 그린수소를 생산한 뒤 저장·운송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EPC(설계·구매·시공)를 총괄하는 삼성물산은 내년 1월부터 실제 그린수소 생산에 나설 계획입니다.
 
수소 이미지.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도 최근 해외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생산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확대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대우건설은 신재생 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 발굴에 적극 참여할 방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가 외부에 다소 주택사업에만 치중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부분이 많지만, 실제로 토목과 해외 플랜트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다가 친환경·탈탄소를 중시하는 정부 정책에 궤를 맞추자는 의견이 그 동안 많았다"며 "2022년 전담팀을 신설한 신에너지개발, 클린가스를 비롯해 육·해상 풍력발전, 수전해, 연료전지 사업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먼저 올 상반기 안산 연료전지 공장을 성공적을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사명 변경 이후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성공적 전환을 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도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2년 국내 최초로 고체산화물 수전해기를 활용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한 이후 정부 주도의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기·전자 폐기물 소각과 폐기물을 활용한 건설자재 제작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대·DL,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사활
 
SMR 분야도 주요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SMR은 증기발생기와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말합니다. 
 
SMR 분야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SMR 맞춤형 조직인 뉴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기술분야에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며 “우선 대형원전이나 소형모듈원전(SMR) 등 핵심사업에서 차별적 기술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DL이앤씨도 SMR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 15일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 원자력발전소 운영 및 유지 보수 전문기업인 한전KPS와 글로벌 SMR 사업 개발과 시운전, 유지 보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의 Xe-100 발전소 조감도. (사진=DL이앤씨)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DL이앤씨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 플랜트 EPC 기술력과 다양한 원전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 시장 침체기에 신사업은 해외수주 실적과 함께 건설사의 한해 살림을 책임지는 주요 포트폴리오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형건설사 간 주요 신사업 분야 목표 달성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그 동안 신사업 관련 역량을 쌓아놓은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주도적으로 역량을 쌓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명확하게 갈리는 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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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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