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지방발전 20×10정책', 성공할 수 있을까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전국 차원 '초보적 조건' 만족도 쉽지 않아

입력 : 2024-02-23 오전 6:00:00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간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한 선전화를 새로 제작했다고 지난 1월 2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24일 묘향산에서 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북한은 평양과 그 밖의 다른 세상"이라고 최고지도자가 직접 확인한 겁니다.
 
2012년 이후 탈북자 32.9% 식량배급 받았다…평양은 60.9%
 
북한 전체 2500만 인구 중 평양시민 300만명과 비평양 주민 220만명의 경제 격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최근 통일부가 낸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탈북자들의 32.9%만이 식량배급을 받았다고 밝힌 데 비해, 평양의 경우는 배급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0.9%로 전체 응답률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이 2008년 유엔 기구의 도움으로 실시한 인구 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평양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658달러∼2715달러로 황해남도(719∼1213달러) 등 다른 지역에 견줘 최대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조사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조사라는 점에서 이 격차는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일부 언론이 김 총비서가 "배급망 붕괴를 시인했다"고 평가한 것과 달리, 이는 배급망뿐 아니라 생산을 비롯한 지방경제 전체가 낙후한 상황을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이 과업 수행을 놓고 일부 정책지도부서들과 경제기관들에서는 현실적이며 혁명적인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말로 굼때고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 당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지난 시기 말로만 해오던 이상과 선전적인 것이 아니라 실지 계획성을 띤 실행 담보를 바탕으로 결단한 하나의 거대한 변혁적 노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방발전 20×10정책'은 달 15일 그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현시기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제시한 국가 차원 정책인데요,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북한에는 1개의 직할시(평양직할시), 2개의 특별시(나선특별시, 남포특별시)를 제외하고 141개 군(2017년 기준)이 있다는 점에서, 전체 지방 인민을 포괄하는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7일 김화군의 지방공업 공장들을 현지지도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2021년 '지방경제 발전'강조…올해 1월 '지방발전 20×10정책' 제시
 
이는 직접적으로는 김 총비서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결론'에서 '지금 농촌을 비롯한 시, 군 인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고 뒤떨어져 있다'며 '이제부터는 지방경제를 발전시키고 지방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주목을 돌리자고 한다'고 제시한 것의 연장선입니다. 북한은 경제가 기울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부터 지방에는 배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평양과는 무관하게 지방 경제가 운영되고 갈수록 격차가 확대되면서 평양의 통제력도 약화됐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불평등 문제는 이미 북한의 주요한 사회적 문제였던 겁니다.
 
북한은 '김정은식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운영 준비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 지휘하는 체계를 정연하게 세우고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임무를 부여한 '지방발전 20×10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당 조직지도부장인 조용원 조직비서에게 그 지도책임을 맡겼습니다. 김 총비서는 군을 동원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또 강원도 김화군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에서 직접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중앙TV가 '김화군의 지방공업현대화는 이렇게 마련되였다'(2월 5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냈고, 이어 김 총비서가 8일 김화군의 식료공장, 일용품공장, 종이공장 등 필수품 공장을 현지 지도했는데요, 그는 이전에도 김화군을 '지방공장 현대화 사업'의 모범사례라고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원래는 남한과 가까운 '전연지대'(전방지대)이자 산지가 80%에 달해, 김 총비서가 언급한 대로 "생활 조건이 제일 어렵고 경제 토대도 빈약한" 곳이었습니다.
 
지난 11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며,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의 여정에서 세대를 이어 신념으로, 낙관으로 그려보던 인민의 이상이 엄연한 현실로 각일각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신문의 예고대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공'의 기준부터 정해야 합니다. 지방 인민들에 대한 식료품, 소비품 등 초보적인 수준의 생활필수품 공급이 목표인데, 더 요약하면 지방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소지역 단위의 단기 목표는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당 조직지도부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당 조직지도부가 직접 나섰고, 노동당의 재정 지원 아래 군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김화군이 보여준 '지방공장 현대화'가 노동·에너지절약 형의 자동공정화라는 점에서,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자력갱생으로 '근근한 연명'은 가능…핵문제 해결 없이 본질적 발전은 어려워
 
문제는 전국적 범위에서 지속가능성입니다. 북한이 붕괴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부 자원은 상당 부분 고갈돼 있습니다. 3년 전 8차 당대회에서 김 총비서 스스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북한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도 국제 제재 와중에 단순한 식량 공급 외에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는 국제사회가 특정 국가에 부과한 경제제재 중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사실상 '봉쇄'입니다. 군수물자, 전략물자에 대한 금수조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일반품목에 대한 수출제재와 주요 자본재 수입 제재에 운송제재 그리고 결정적으로 금융제재까지 가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다시 핵입니다.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근근이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인 의미의 발전이나 번영을 기약하기는 어렵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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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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