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입찰참가 제한 심사 'D-1'…함정 산업 판도 바뀌나

'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선례 깨질까
작년 기본설계 마친 HD현대중, 노력 무산될 위기
임원 범죄 개입·KDDX 청렴서약서 효력 여부 관건

입력 : 2024-02-26 오후 2:04:02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의 HD현대중공업(329180) 입찰참가 제한 안건에 대한 심의 날이 다가오자 국내 함정 산업의 판도가 바뀔 지 관심이 쏠립니다. 개청 이래 방사청은 함정 사업에서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를 그 다음 수주 순서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까지 맡겨왔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이 예정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기본설계를 지난해 마무리했습니다. 다만, 군사기밀을 유출한 현대중공업이 이번 심의에서 부정당 업체로 지정된다면 방사청의 선례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계약심의위원회를 27일 개최하고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제한 안건을 심의합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2012년 함정 분야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뒤, 법원이 작년 11월 최종 유죄 선고를 내린 것에 따른 조치입니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상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탐지·수집한 경우 청렴서약위반으로 5년 범위 내 입찰 참가자격 제한, 해당 계약 해지, 방산업체 지정 취소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 9명들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3년 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습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재작년 직원 8명만이 유죄 확정을 받아 함정 건조 사업에서 같은해 11월부터 3년간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었는데, 나머지 직원 1명까지 작년 유죄 판결을 받은 겁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됩니다.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나눠 수주했습니다. 개념설계를 따냈던 한화오션은 지난 2020년 5월 진행됐던 KDDX 기본설계 입찰에서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감점이 현대중공업에 적용됐다면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HD현대중공업 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에 임원 개입 여부 관건
 
방사청 계약심의위가 검토할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청렴서약서와 현대중공업 임원의 범죄 개입 여부입니다.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방위사업을 수행하기 전 내는 청렴서약서의 제출 대상은 '대표 및 임원'입니다. 현대중공업은 문서탈취 사건에 포함된 직원 9명이 임원과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 처벌은 받더라도 회사는 법적 책임 범주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임원이 군사기밀 불법 취득 과정에서 가담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 논리의 설득력도 부족해 집니다. 최경호 방사청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HD현대중공업이 기밀을 훔쳐가는 과정 중 임원의 개입 여부가 중요하다'라는 지적에 "그 부분도 심의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사청으로부터 KDDX 초도함 입찰 참가의 제재를 받는다면 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에 투자한 연구개발 역량과 비용을 허공에 날리게 될 위기에 봉착합니다. 상황이 이러자 울산 지역의 국회의원들과 경제단체가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습니다. 울산 지역구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과 권명호 의원은 방사청에 함정 사업 입찰 참여 기회를 현대중공업에 줄 것을 촉구했으며, 울산상공회의소도 방사청에 같은 의미가 담긴 건의서를 보냈습니다.
 
반면 거제가 지역구인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도 "KDDX 군사 기밀 절도 사건을 대한민국 방위산업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화오션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 계약심의위에 이처럼 많은 관심이 집중된 적은 없었다"며 "심의위원과 방사청장의 판단에 우리나라 함정 사업 분야의 판로가 바뀔 수 있는 만큼 그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방사청의 결과는 심의 후 약 1~2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 KDDX 개념설계 모형(왼쪽).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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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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