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희비 엇갈린 채권시장…증권채 '완판'·건설채 '외면'

증권채 발행 호조, 수요예측 흥행에 금리도 할인
대형 건설사 겨우 완판…중소형사 미매각 발생
부동산 리스크에 따른 건전성 여력이 희비 갈라

입력 : 2024-02-2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18: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증권채와 건설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작년까지 불거진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부담에도 불구하고 금리 안정화와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증권채는 완판 행진한 반면 건설채의 경우 발행 전액이 미매각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증권업계는 충담금 적립으로 신용도를 방어한 반면 건설사는 사업 부진에 따른 자금 조달 여력이 미진했다는 평가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증시회복 기대감 속 증권채 완판 행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1500억원 규모 무보증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220억원 규모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 2년물 700억원 모집에서 2580억원이 3년물 800억원 모집에선 164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아 2년물은 1860억원, 3년물은 1140억원까지 증액됐다.
 
발행금리도 낮춰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 평균) 대비 낮은 금리에서 목표 물량을 채워 2년물 -12bp(1bp=0.01%p), 3년물 -14bp에서 모집 물량을 모았다.
 
 
앞서 한화투자증권 외에도 국내 채권 발행시장에선 증권채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올해 첫 발행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의 경우 모집규모 3000억원 모집에 6000억원 매수주문을 받았고 4200억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어 삼성증권(016360)도 2000억원 규모 모집에서 1조6000억원 주문을 받아 4000억원으로 증액을 결정했고 KB증권도 4000억원 모집에 1조4200억원의 수요주문이 들어와 8000억원까지 발행금액을 늘렸다.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증권채 발행 호조는 금리 안정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관련 우려가 일부 완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회사채 발행에서는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300억원 주문에 그쳤다. 발행금리에서도 2년물, 3년물 모두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보다 각각 26bp와 29bp 높은 수준에서 물량을 채워야 했다. 통상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평가되는 증권채에 기대되는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결과로,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과 조성한 펀드의 대출 만기 임박이 시장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결산에서 충당금 2000억원 설정과 투자자산손상차손 2500억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고 2023년 연간 실적에서 순이익이 59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순이익 5357억원에 비해 11.5% 늘어나는 등 실적 회복세를 이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에 따라 이달 진행된 한국투자증권의 회사채 공모에선 총 1500억원 모집에 1조5480억원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발행 규모도 최종 3000억원으로 증액이 결정됐다. 금리 측면에서도 민평 금리 대비 2년물은 -15bp, 3년물도 -15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외면받는 건설채, 수요예측서 주문 '0'
 
증권채 발행 호조와 달리 자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는 채권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경우 신용보강에 나서 완판에는 성공하는 모양새나 중소형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에서는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그룹 계열 종합건설업체 HL D&I(014790)는 1년 단일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아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700억원 규모 모집액 전량이 미매각 난 것으로 금리 밴드 상단을 8.5%까지 열어두며 고금리로 시장의 호응을 바랐지만 건설채에 대한 투심 위축은 막지 못했다.
 
결국 대표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039490), 대신증권(003540), IBK투자증권이 미매각된 채권을 인수해야 한다. 채권주관사로 IBK투자증권이 200억원, 그 외 증권사들이 100억원씩 채권 인수를 한다는 조건이었다.
 
앞서 HL D&I는 지난해 2월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450억원이 미매각됐다. 당시 회사는 연 이자율 9%라는 고금리 조건을 내걸었지만 완판에 실패했고 결국 한국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나서 이들 건설사의 미매각 채권을 매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HL D&I에 대해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7739억원까지 증가했고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329.5%, 46.9%로 상승하는 등 재무부담이 커졌다”라며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됐고, 주택분양 경기침체로 예정 프로젝트의 분양 성과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채권 시장에서 발생한 이 같은 희비교차는 업권별 자금조달 여력과 리스크 관리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 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받은 바 있다. 이에 충담금을 쌓고 위험 자산에 대한 처분이 이뤄져 어느 정도 사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된 반면, 건설사는 분양시장의 불황이 현재 진행형인 데다 자재 가격 상승 등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건설사의 경우 PF 리스크가 시장에서 현재 진행형인 반면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고 평가되는 데다 리스크 범위 또한 제한적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됐다"라며 "라며 "실제 대다수 증권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A급 이상으로 현재 시장에 일고 있는 고등급 채권 투자 호조세의 수혜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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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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