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일선 병원은 '환자' 북적

상급종합병원 환자 24%…수술 50% '뚝'
수술·입원 지연 등 환자 피해 300건↑
1·2차 병원으로 발 돌리는 환자들
"정부 재정 적재적소 투입해야"

입력 : 2024-03-0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오히려 개원의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형병원 진료 차질이 빚어지면서 환자들이 지역 종합병원, 의원 등으로 발을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이후 상급종합병원에 신규입원 환자는 24%가 줄었습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 15곳을 기준으로 수술 건수도 50%가량 줄었습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며 대형병원이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모습입니다.
 
그간 궂은일을 도맡아 해오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며 교수들까지 당직 근무에 투입되고 있지만,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입니다. 수술 차질, 입원 지연과 같은 피해사례도 28일 기준 누적 323건에 달합니다. 이중 수술 지연은 243건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정부는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2차 병원 또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대형병원이 중증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조처입니다.
 
그러나 전공의 파업이 오히려 1·2차 병원 매출만 늘리는 꼴입니다. 평소와 같은 의료체계였다면,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환자들이나 현재는 전공의 파업, 정부 권고 등의 영향으로 1·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이후 상급종합병원에 신규입원 환자는 24%가 줄었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 원무과 모습. (사진=뉴시스)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지출도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을 연장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립병원 8개소를 비롯해 목포·순천의료원 등 지역공공의료기관은 오후 7시30분~8시까지 연장 진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말과 휴일에도 최대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상태입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중등증 이하의 경증 환자는 다른 협력병원으로 옮겨서 진료할 수 있도록 규모를 정하지 않았지만, 예비비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대학병원을 이용 못 하는 환자가 늘면 (개원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증대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그간 공공병원은 환자가 없어 적자 얘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오히려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 원무과장인 조모(38) 씨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인공관절치환술이나 척추내시경술 등의 수요는 지역 척추관절 전문병원이나 종합병원의 몫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수가 인상은 전공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면허정지' 엄포에도 병원에 떠난 전공의 9072명 중 근무지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에 불과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대 회장들은 지난 29일 호소문을 통해 "정부가 말하는 수가 인상은 병원에 대한 보상이지 온몸과 영혼을 갈아 넣는다고 표현되는 의사 노동자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어 "말로만 국민의 생명권을 말하고 의사 노동자에게는 헌법상 가치에 반하는 명령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 재정을 적재적소로 투입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2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병동에서 환자들이 의료진과 가족의 돌봄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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