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홍보 채널에 카자흐어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카자흐스탄 소비자와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중앙아시아 5개국으로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됩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자사 글로벌 뉴스룸에 카자흐어 언어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글로벌 뉴스룸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44개 해외법인 뉴스룸을 통합한 홍보 채널입니다. 지원하는 언어 수는 기존 24개에서 1개 늘어난 25개가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러시아어로 카자흐스탄 뉴스룸을 운영해왔습니다. 카자흐스탄이 공용어로 모국어인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두 가지를 채택하지만 현지에서 러시아어 사용률이 카자흐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200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어 사용자는 국민 10명 중 8명에 달했습니다. 반면 카자흐어 이용자는 6명에 그쳤습니다. 카자흐스탄 전체 인구 1900만명 중 러시아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는 대세 언어이지만 최근 들어 위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반러 여론이 높아지는 데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모국어 사용·보급 확대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모국어 지배력 키우기에 힘써왔습니다. 1997년에는 카자흐어에 법률적 지위를 부여했으며, 2018년에는 국무회의에서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카자흐어 우대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삼성전자도 이를 고려해 글로벌 뉴스룸에 카자흐어를 새로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스위스와 인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현지 사용 언어의 특성을 반영해 복수 언어로 뉴스룸을 운영 중"이라며 "카자흐어도 비슷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뉴스룸 언어 지원 목록에 카자흐어가 추가됐다. 사진=삼성 글로벌 뉴스룸 캡처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이후 2008년 9월 남동부에 위치한 알마티에 센트럴유라시아법인(SECE)을 설립했습니다. SECE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몽골 등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의 전자제품 사업을 총괄합니다.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7%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아시아·아프리카 매출 비중이 19.2%인 것을 감안하면 중앙아시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중앙아시아 5개국이 러시아 변방국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외국 투자 유치를 적극 전개 중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삼성전자의 주요 공략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앙아 5개국의 경제 동향과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4월과 10월 발표된 전망치보다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전망과 달리 2022년 중앙아시아 5개국 경제가 선전한 배경은 국가별로 상이하나 무역액 증대, 송금액 증가, 외국인직접투자금액 증대, 러시아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소비 증가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자사 제품 또는 서비스에 새로운 언어를 추가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로 진출 또는 입지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