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우문현답’ 사자성어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노동계의 이야기입니다. 노동사건의 경우 법률적 구조에 따라 사건을 대리하는 것보다 기업 현장과 노사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연초부터 삼성·현대·LG·한화 등 국내 대기업 노사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을 놓고 이견이 빚어진데다 삼성그룹에서는 초기업 노조까지 출범하면서 노사관계가 경영불확실성을 야기할 요인으로 부상한 까닭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성과에 대해 이익배분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직원의 권리이고, 근로자가 주체가 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용은 근로자만큼이나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필수적입니다.
박삼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화우)
박삼근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법에 앞서 노동현장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노동법은 통상 사회법으로 분류되며, 일방이 잘못됐다고 양분하는 것보다 서로가 갖는 다른 생각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06년 노동부 1호 변호사를 역임한 박 변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를 거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한 노동법률 및 행정 전문가로, 정부 기관과 기업 내 노사이슈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두지휘해왔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TF에서 법률책임자로 일하면서 직접고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노동부에서 근무하던 당시 ‘우문현답’이라는 단어가 강조됐는데,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변호사들 역시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변호사 업무가 법리를 해석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그 의뢰인이 된 것처럼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박삼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화우)
다음은 박삼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 지난해 말 뜨거운 감자가 됐던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50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등 최근 변경된 노동법까지 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슈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노란 봉투법의 경우 근로자 측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경제계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입법적으로 정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으로도 모든 기업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법령 개정이 쉽지 않다 보니 법원의 해석에 의해서 좀 더 확대되는 부분이 많은 모습입니다. (택배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CJ대한통운 같은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있어 기업들이 관심 있어야 될 부분으로 판단되고, 통상임금이나 성과급 관련된 소송과 같은 부분도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입니다.
- 최근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출범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치 세력화 우려도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초기업 노조의 정치 세력화라거나 덩치가 커지는 것에 대해 단정지어 말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 역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래도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행법상 단체 교섭 상대방은 사용자입니다. 물론, 금속노조 같은 경우 사용자단체와의 교섭에서 큰 틀을 정하고 개별 사용자와 세부적인 논의를 하지만 법적으로 따지면 교섭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것은 해당 사용자뿐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까지 성과급제도 개선을 위한 트럭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과거와 행태가 달라진 부분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도 개선을 위한 법적 마련이 필요할까요.
마지막으로 몸을 담았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경우 금속 노조였는데, 경험한 바로는 합리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과거 노조가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예전의 경우 투쟁이나 강 대 강 분위기가 많았다면 이제는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고 있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상호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과급 제도나 저성과자 해고와 같은 것은 법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법이라는 것은 큰 틀에서만 정해놓고 노사가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법에서만 담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 최근 산업계에서는 쿠팡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관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블랙리스트의 경우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면 답변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업이 인사평가 결과를 취합하는 것 자체로 문제가 될 순 없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40조에 따르면 ‘누구든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해당 문건이 취업에 불이익을 줬는지 여부 등 사실 관계는 정확하게 따져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 화우로 합류한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노동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올해 계획을 소개바랍니다.
지난 20여년 간의 변호사 생활 대부분을 (노동부, 삼성그룹 등) 조직에서 했는데 로펌 역시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올해는 화우 노동 그룹에 있는 변호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노동 이슈가 잘 해결되는 데 일조가 될 수 있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