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임용 포기·전임의도 떠나…'젊은의사'가 없다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90% 이탈
의대생 휴학 신청, 전체 재학생 중 28.7%
의과대학 40여곳, 3401명 증원 신청
정부 "미복귀 전공의 8983명 행정처분"

입력 : 2024-03-05 오후 4:41:13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의료계의 반발에 정부도 본격적인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하면서 의정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특히 정부 압박에도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970명 중 90%가 병원을 떠난 데다, 신규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들까지 대거 임용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전임의들마저 떠나고 있어 '젊은 의사'가 없는 병원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면허정지' 본격 착수…전공의 이탈 90%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970명 중 90.1%인 898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의대생 휴학 신청도 전체 의대 재학생 수의 28.7%인 5401명에 달했습니다. 현재까지 '동맹휴학'에 대한 휴학 허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의과대학들은 학생 증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22일부터 3월4일까지 2025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40개 대학이 3401명 증원을 신청했습니다.
 
서울 소재 8개 대학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 565명으로 수도권 13개 대학이 총 930명의 증원을 신청했습니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의 증원 신청 규모는 2471명이었습니다.
 
이는 작년 11월 조사한 증원 최대 규모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작년 10월 27일에서 11월 9일까지 실시한 사전 조사에서는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으로 집계된 바 있습니다.
 
즉, 의료 질 확보를 전제로 내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규모가 2000명을 월등히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겁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비율이 72%인 점은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 강화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 이탈자는 전체의 90% 수준인 8983명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사진은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는 전공의 8983명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증거를 확보했다며 본격적인 면허정지 절차를 알렸습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이탈자들의 부재 여부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에 돌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각 대학 제출 수요와 교육역량, 지역과 필수 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원 배정 절차도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다만, 수천 명에 이르는 이탈 전공의들을 한꺼번에 처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동시 처분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집단행동을 주도한 이들을 우선으로 조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대로 정부는 면허정지 절차를 집행할 예정"이라며 "이날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직업적·윤리적 책임을 망각한 채 법적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의료 현장 혼란을 초래한 집단행동의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턴·레지던트까지… 전임의도 이탈
 
문제는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이탈현상이 인턴·레지던트·전임의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수련병원에는 매해 3월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가 없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모두 이달 1일 자로 각 병원에 신규 인력으로 투입돼야하나 의대 정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후 이들마저 병원으로 오지 않고 있는 겁니다.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의 경우 이달부터 근무 예정이던 예비 인턴 40명 전원이 임용을 치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인턴 150여명 중 이달 1일 자 수련계약서 작성 수가 3명 뿐이었습니다.
 
앞서 레지던트 1년 차 임용 예정의 인턴은 물론, 인턴을 예정한 의대 졸업생 90% 이상이 임용 포기 의사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을 수련하는 의사를 칭합니다. '매해 3월 1일' 새로운 수련 연도가 시작됩니다.
 
일부 병원은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병원을 지켜온 전임의마저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 취득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뜻합니다. 흔히 펠로나 임상강사로 불립니다. 이들의 이탈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라는점에서 별도 행정명령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의료공백이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이달 1일 출근 예정이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임용을 포기했습니다. 이는 80% 규모입니다.
 
전남대병원은 52명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1명이 최종 임용 단계에서 하차했습니다. 조선대병원도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하며 6명만 남게 됐습니다.
 
제주대병원의 경우, 인턴 22명 중 19명이 임용을 포기했고 신규 레지던트 22명 중 15명이 끝내 병원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전임의 14명 가운데 군 제대 후 5월 1일 자로 근무하는 4명을 제외하고 3월부터 근무해야 하는 10명 중 5명이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정확한 숫자의 파악이 어려우나 절반에 가까운 규모가 재계약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전임의와 교수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여러분이 지켜야 할 가장 귀중한 가치는 바로 환자의 생명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며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도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표명할 수 있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방법이 아닌 대화를 통해 의견을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5일부터 현장 방문을 통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의 부재 여부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에 들어갈 방침이다. 사진은 응급구조사가 병상을 옮기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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