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이 최근 노사협력부문 총괄에 외국인 임원을 선임했습니다. 노조는 소통 문제 등 노사 관계 경색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와 맞물려 최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생산 투자가 취소된 만큼 향후 친환경차 국내 생산을 놓고 노사간 마찰이 예상됩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4일 노사협력부문(LR) 총괄에 로버트 트림 현 인사부문(HR) 부사장을 선임했습니다. 이로써 트림 부사장은 노사협력과 인사 업무를 겸임합니다.
로버트 트림 한국지엠 부사장.(사진=한국지엠)
이번 인사는 노사협력부문 전임자인 최종 부사장이 물러나면서입니다. 최 부사장은 올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대외협력부문 고문으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트림 부사장은 2018년 8월부터 한국지엠의 인사부문을 총괄해왔습니다. 여기에 노사협력부문까지 이끌면서 향후 임금성 문제는 물론 노사 관계 등을 원만히 풀어나가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트림 부사장 선임과 관련해 노조는 반발하고 있는데요. 노사협력부문 부사장은 사측과 노조 이해관계에서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사부문과 동시에 맡아 한쪽으로 치울 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외국인에 따른 소통의 한계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인사와 노사협력부문을 현시점에서 동시에 맡는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미국인 부문장이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넘어 노사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일상적 소통을 해낼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쌍방향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최근 노조 측에서 통역사를 고용했을 정도"라며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에 우려를 표했지만 선임을 강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직 트림 부사장이 노사협력부문장으로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아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 (사진=뉴시스)
현재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국내 생산을 지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폐쇄된 부평2공장에 대한 전기차 공장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 초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에서 부평공장에 PHEV 시설을 투자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검토 단계에서 취소됐습니다. 비자레알 사장도 지난 8일 노조에 PHEV 생산 및 개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고 통보했습니다.
전기차 생산 역시 한국지엠 측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의 가장 큰 축으로 친환경 미래차를 꼽은 만큼 이와 관련 노사간 마찰이 예상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기차 1종이라도 생산되면 신뢰성을 높이면서 한국지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현재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GM은 10여 국가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정리한 기업인만큼 한국지엠이 수출물량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최 부사장이 대외협력고문으로 이동한 것 관련해 업계는 미래차 특별법(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래차 특별법은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으로 국내 완성차 및 부품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골자로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에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고문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 부사장이 대관 업무도 맡아왔던 만큼 정부 지원금 유치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