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냐 환자냐…전국 의대교수 집단사직 촉각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
18일부터 사직서 행렬

입력 : 2024-03-14 오후 4:21: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집단 사직 논의에 나서면서 의료 정상화 가능성은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의대교수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여부를 논의합니다. 전국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될 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 집단사직 논의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은 비대위를 출범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교환키로 결정했습니다. 
 
19개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제주대·원광대·인제대·한림대·아주대·단국대·경상대·충북대·한양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충남대·건국대·강원대·계명대입니다. 정부 움직임에 따라 비대위 참여 대학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 5556명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이에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3명이 이날 유급 통지를 받으면서 동맹휴학에 들어간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유급보다는 휴학이 낫다며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승인해 주자는 의견을 내는 등 제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한창입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타개할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제자 지키려 환자 방치" 비판
 
19개 의대와 별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집단행동 논의에 나섭니다. 지난 9일 총회에선 집단행동에 대한 뚜렷한 결론이 없었지만 현재 다수 의대가 사직서 제출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전의교협 역시 집단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전망입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 또는 겸직해체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의교협과 전국 의대 교수들의 연대까지 사직 논의에 들어가면서 이번 주를 기점으로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자들의 불이익을 면하기 위해 환자들의 생명을 방치하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을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때"라며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은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14일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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