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SK하이닉스(000660)에 HBM 시장 주도권을 뺏긴
삼성전자(005930)가 업계 최대 용량을 구현한 12단 HBM 5세대 HBM3E에 대한 패키징 캐파(생산능력) 확대로 반격에 나섭니다. 삼성전자는 HBM 핵심 공정인 패키징에 대한 캐파를 늘리기 위해 반도체 심장부인 평택사업장 4공장(P4)에 패키징 라인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12단 HBM3E 양산을 위해 패키징 전초기지인 천안사업장에 이어 ‘삼성 반도체 심장부’라 불리는 평택사업장 P4에 HBM 패키징 라인 공간 확보를 위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12단 HBM3E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국내외 장비 업체들에게 장비를 공급받고 있다”며 “천안 C1~C3에서 패키징을 진행하고, 공간이 부족하면 P4에도 패키징 라인 자리를 만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P4 염두는 천안사업장에서 물량 소화가 안 될 때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HBM 4세대인 HBM3를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면서 시장주도권을 내줬지만, 5세대부터는 고용량 및 처리 속도가 8단 보다 빠른 12단 제품을 전면에 앞세워 1위 탈환과 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36GB(기가바이트) 12단 HBM3E는, D램 12개가 적층된 제품으로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 편을 1초에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이는 이날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납품을 시작한다고 알린 HBM3E 8단 보다 단수가 높아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과 처리 속도 측면에서 앞선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더욱이 엔비디아가 연말에 괴물칩 ‘B100’을 출시할 예정인데 여기에 HBM3E가 탑재될 전망이어서 삼성전자는 12단 HBM3E를 앞세워 승기를 잡을수 있는 기회입니다. 엔비디아의 AI칩은 연산을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입니다.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연산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초내에 수집하고 보내야 하는데, 그 역할을 HBM가 합니다. 고속도로의 차선이 넓을수록 많은 차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HBM 대역폭이 넓을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나 처리량이 늘어납니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고 있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이자 AI 우드스톡이라 불리는 ‘GTC 2024’에서 차세대 AI칩 ‘B100’을 공개했습니다. B100은 현존 최고 GPU로 꼽히는 H100 보다 연산 처리 속도가 2.5배 빠르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GTC 2024에 부스를 마련하고 HBM3E 실물을 공개하는 등 엔비디아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삼성이 패키징 캐파에 사활을 거는 건, 현재 HBM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사 물량을 납품 시기에 맞추지 못하면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특히 패키징은 HBM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저장용량을 극대화하는 핵심 공정인데 이 과정에서 수율과 캐파를 확보해야 고객사에게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천안사업장 풀가동에 이어 P4에도 패키징 라인을 건설하면 캐파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웨이퍼 기준 HBM 생산능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월 4만5000장 수준으로 집계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삼성전자가 월 13만장, SK하이닉스가 12만~12만5000장, 마이크론이 2만장 수준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망만 놓고 봤을 때 올해는 삼성전자 캐파가 SK하이닉스를 앞설 것으로 점쳐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과 공급은 별개”라면서 “업계 최초로 12단 HBM3E 양산을 해본 뒤 수율이 어느 정도 나와야 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축구장 500개 크기인 395㎡ 규모의 반도체 공장 부지를 확보해 짓고 있는 평택사업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심장부로 불리는 곳으로 메모리, 비메모리 등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6월 가동이 유력한 P4 내 패키징 라인 건설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인불가”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