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수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두 회사의 합산 매출 감소 폭은 14조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18일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42조2007억원으로 1년 전(54조6998억원)보다 22.9%(12조4991억원)나 감소했습니다. 2년 전(59조7247억원)과 비교하면 29.3%(17조5240억원)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2021년 29.9%였던 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5.8%로 4.1%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포인트 내려간 24.8%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공개하는 중국 매출 현황은 회사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 다른 제품까지 모두 합한 수치입니다. 다만 미주나 유럽과 달리 중국 매출 대부분은 반도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3년 새 중국 매출이 5조원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은 10조1101억원으로 전년(12조2105억원)보다 17.2%나 감소했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매출(15조7302억원)과 비교해서는 35.7%(5조6201억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와 달리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는 다른 주요 지역인 미국·유럽의 매출 감소 폭이 중국보다 더 컸기 때문입니다. 중국 매출 비중은 2021년 36.6%에서 2022년 27.4%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30.9%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이들 두 회사의 중국 매출을 단순 합산한다면 최근 1년 새 증발한 규모는 14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와 2022년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최악의 반도체 불황 여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중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2017~2020년)를 지나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더욱 격화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동맹국을 압박하는 등 대중국 수출 규제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판매·영업 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361억달러로 전년보다 30.6% 급감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빅테크 상대로 서버향 매출이 높지만 중국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향 매출이 많은 편"이라며 "전반적으로 미국의 대중 규제와 반도체·스마트폰 시장 불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