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포스코가 발주한 광양제철소 폐수처리장의 액화탄산가스 입찰에 짬짜미한 업체들이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들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들러리 사업자를 세우고 미리 가격을 정한 후 납품 물량을 나눠먹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액화탄산가스 제조·판매업체 어프로티움(옛 덕양)과 태경케미컬(옛 태경화학)의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2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업체별 과징금은 어프로티움 2800만원, 태경 1400만원입니다.
액화탄산가스는 주로 산업현장에서 용접용으로 사용하거나 탄산음료 또는 맥주 등 제조 공정에서 식품첨가용으로 사용합니다. 폐수처리장 등에서 알칼리성 폐수의 산성도(pH)를 조절하기 위한 중화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액화탄산가스 납품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제조 원가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을 제시, 이익을 거의 얻지 못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액화탄산가스 제조·판매업체 어프로티움(옛 덕양)과 태경케미컬(옛 태경화학)의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2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어프로티움은 낙찰가와 낙찰 확률을 동시에 올리기 위해 담합 가담업체인 일명 '들러리 업체' 물색에 나섰습니다. 어프로티움은 2017년 말 태경과 최초로 '입찰 담합'에 손을 잡았습니다.
태경은 어프로티움이 낙찰되기 위해 요청받은 대로 가격을 제시하고, 납품 물량을 따 내면 그 중 일부를 대가로 받는데 합의했습니다.
2018년 2월 합의대로 어프로티움은 태경에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입찰 정보·투찰 가격을 공지했습니다. 이에 태경은 받은 가격대로 투찰했고 어프로티움이 최종 낙찰자가 됐습니다. 2019년 1·2차 입찰에도 같은 방식을 활용해 어프로티움은 협력사로 선정됐습니다.
낙찰이 이뤄진 후 어프로티움은 약속대로 매월 포스코 납품 물량 일부를 태경에 매입했습니다. 어프로티움이 2018년에서 2019년까지 낙찰받은 물량은 5155톤에 달하는데, 이 중 60~80%를 태경에 넘겨 준 것입니다. 이 행위는 1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액화탄산가스 관련 시장에서 사업자 간 담합은 수시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정위가 액화탄산가스 시장 내 담합에 대해 조치한 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조선사에 발주하는 액화탄산가스 업체였고 2023년 11월에는 드라이아이스 가격 등에 대한 담합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김중호 공정위 서비스카르텔조사팀장은 "이번 조치는 액화탄산가스 관련 시장 사업자 간 담합에 대해 세 번째로 조치한 사례로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담합 근절에 기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중호 팀장은 "전·후방에 걸쳐 산업경쟁력을 저하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에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액화탄산가스 제조·판매업체 2곳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420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