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사다리 상반기 '윤곽'…"R&D 연속성·소득세 감면 확장해야"

중견기업, 10년간 2배 증가…질적 성장은 '정체'
중견기업 85.5%,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처럼 확장 필요

입력 : 2024-05-1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김소희 기자] 정부가 경제 허리인 중견기업의 성장을 돕는 '성장 사다리' 대책을 올해 상반기 수립할 예정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중견기업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질적 성장까진 이루지 못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성장 사다리' 수립과 관련해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과제의 지속적인 지원 및 인력 확충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을 꼽고 있습니다. 특히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중견기업까지 확장해야한다는 조언입니다.
 
지난 3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견기업 약 5500곳…10곳 중 8곳 매출 3000억 미만
 
1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으로 상반기 윤곽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성장사다리 정책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중견기업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에 정부가 사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중견기업은 지난 10여년간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2년 기준 총 5576곳으로 국내 전체 기업의 1.3% 수준이나 '수출의 18.0%', '투자의 17.3%'를 견인하는 등 경제 허리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종사자 수는 15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2.8%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행 정책 지원이 초기 중견기업의 성장 부담 완화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등 한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견기업의 85.5%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입니다.
 
1억 달러 이상 수출 성과를 낸 중견기업 비중은 2017년 5.0%에서 2022년 4.3%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양적 성장은 이뤘으나 질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가중되는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고금리로 중견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국중견기업연합의 조사를 보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답한 중견기업은 28.6%였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 매출 부진, 생산비용 증가 등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정부도 중견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중견기업 전용펀드 출시 등 15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만 양분돼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견기업 혜택을 넓히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최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산업부는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맞춤형 지원은 확대하는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종합대책을 상반기 중 수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세제 등 지원책 강화해야"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대상 세제나 각종 지원을 많이 실시했지만 중소기업 육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 소외가 존재한다"며 "이 점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넘어가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 육성에 편중돼 있다"며 "중견기업 역시 경기 사이클과 재무적 구조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각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례로 중소기업이 국책연구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후 중견기업이 되면 지원 자격이 상실돼 연구과제가 중단됩니다. 기업 규모 변경은 연구개발과제 중단 요건이 아님에도 연구과제 대상에서 배제가 되는 겁니다.
 
이 경우 다년간 연구 과제를 수행 중 중단될 경우 예산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R&D 역량 확대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도 이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경우 R&D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매년 사업 계획을 세워 자금 상황을 점검해야 하는데, 예기치 못하게 지원이 사라지게 되면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견기업에 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력 충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세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대안 중 하나로 중견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제가 있습니다.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중견기업까지 확장하자는 조언입니다.
 
박양균 정책본부장은 "중견기업에 취업 인력에 대한 소득세 감면 정책을 실시한다면 중견기업 취업자이 실질임금이 인상되고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완화돼 인력을 보다 수월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홍기용 교수는 "세액공제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나눠서 하는데 중견과 중소에 큰 차등을 둘 필요성은 사실 많지 않다"며 "금리에 대해서도 차등을 두는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폐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합리화, 수도권 소재 중견기업의 기존 공장 증설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에서 퇴근하는 직장인 등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김소희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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