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해외 결제에 특화된 '트래블카드' 새 단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 들어 특화 카드가 잇달아 출시된 만큼 이번 휴가철이 소비자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입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른바 트래블카드는 일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와는 달리 해외 현지에서 별도의 외환 수수료 없이 환전이나 결제를 할 수 있는 해외여행 특화 카드입니다. 지난 2021년 핀테크 기업 트래블월렛이 선보인 '트래블페이' 카드가 시초입니다.
이후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신한 '쏠(SOL) 트래블', KB국민카드 '위시 트래블(트래블플러스)'과 '트래블러스', 우리은행 '썸(SUM)', 삼성카드 '아이디(iD) 글로벌' 등이 등장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9개 카드사 해외 이용금액은 13조191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7372억원)에 비해 21% 증가했습니다. 카드사별로는 하나카드 2조2169억원, 신한카드 2조2098억원, 현대카드 1조8775억원 등 순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자 해외 이용 금액도 급증했습니다. 해외여행 시 현금 대신 카드, 간편결제서비스 등도 다양해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트래블카드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됩니다.
트래블카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은 하나카드입니다. 올 초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는 400만명을 돌파하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외화 무료송금 서비스'를 선보이며 1위 굳히기에 나섰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남은 외화를 수수료 없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상대의 휴대폰 번호만 알고 있으면 송금이 가능합니다.
핀테크업체 트래블월렛은 이달 중 더치페이에 방점을 둔 '소셜페이'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모임에서 더치페이가 필요할 때 대표자가 트래블페이 카드로 결제하면 특별한 장치나 과정이 없어도 금액이 나눠서 결제되는 게 서비스의 골자입니다. 국내에서도 지원하며, 소셜커머스 기능까지 확장한 게 특징입니다.
신한카드도 추격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신한 쏠 트래블 체크카드는 출시 한 달 만에 30만장을 발급하고, 최근 70만장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상품은 쓰고 남은 미국 달러나 유로를 연계된 신한은행 전용 외화계좌에 입금할 경우 연 2%, 1.5%를 이자를 제공하는 게 특징입니다. 일본 3대 편의점 할인 혜택, 싱가포르 유명 관광지 예약 시 즉시 할인 혜택 등도 내놨습니다.
KB국민카드의 트래블러스도 출시 4일 만에 10만장이 판매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트래블러스도 신한과 유사하게 KB 페이앱 내 호텔을 결제할 경우 할인을 제공하고, 공항 다이닝 무료 식사권 등을 제공하는 혜택을 내걸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NH농협카드까지 해외 결제 특화 카드를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란 관측입니다.
다만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료로 알려진 서비스 중 해외 현지 상황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에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고, 예치금 무이자나 재환전 수수료, 연회비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