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의 양보에도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은 막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를 모색하라"고 지시하며 분위기가 다소 유연해진 듯 보였지만, 2000명 증원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들은 기존 방침대로 사직서 제출에 나섰습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됐습니다.
대학병원 교수 집단 사직…"의대 증원 재검토 필요"
이날 대학병원 교수들은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에서 사직서 제출에 참여했습니다.나머지 대학들도 조만간 동참할 예정입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오늘(25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 참석한 교수가 사직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려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안암병원 메디힐홀·구로병원 새롬교육관·안산병원 로제타홀에 각각 모여 온라인 총회를 연 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이 속한 울산의대 교수들도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6시 의대 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습니다. 앞서 연세대 원주 의대에서도 교수 8명이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가톨릭의대 교수들은 26일 회의를 통해 사직서 제출 일정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대화 제의에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던 서울의대는 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논의한 뒤 사직서 제출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정부·의료계 입장차 뚜렷
다만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하더라도 수리되는 데까지 기한이 있기 때문에 대화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당이나 대통령실에서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전의교협 비대위도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는 2000명 의대 증원 강행을,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2000명 백지화'를 내세우고 있어 서로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빠른 시간 내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 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의대 증원 강행 입장을 확고히 했습니다.
전공의 집단이탈로 의료공백이 장기화 하고 있는 25일 대구 한 대학병원 외래 진료 대기실 TV에 전공의 공석으로 진료가 지연된다는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