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200석도 가능…탄핵·개헌 가능에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

'정권심판론' 힘 받으며 야권 대승 기대감 고조
국민의힘, 개헌 저지선 붕괴 우려에 노심초사

입력 : 2024-03-27 오후 5:28:2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으면서 '범야권 200석 확보'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을 비롯해 범여권이 얻은 183석(민주당 163석+더불어시민당 17석+열린민주당 3석)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특히 22대 총선을 앞두고 반윤(반윤석열) 기치로 나선 '조국혁신당의 돌풍'까지 더해지면서 범야권 200석 확보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이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태로울 전망인데요. '개헌·탄핵 저지선'이 뚫리는 것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도 무력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충북 제천시 내토전통시장에서 이경용 제천·단양 후보, 더불어민주연합 용혜인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100석 미만 땐 '국정 마비'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자체 분석한 전망치는 '153석+알파(α)'인데요. 내부적으로는 오차범위 내 경합 지역까지 합하면 160석 이상은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소 80∼90석' 안팎만 우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헌정사상 최다 의석인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자매정당인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183석, 진보진영 전체로 넓히면 정의당 6명과 당시 야권 성향 무소속 1명 등 총 190석을 차지했습니다. 
 
이번엔 민주당보다 한층 더 선명하게 윤석열정권을 조준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면서 범야권에서는 '절대 의석'이라 불리는 200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0~30%를 오가는 조국혁신당의 예상 의석수는 12~15석인데요.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비슷한 의석수를 얻고 개혁신당·새로운미래가 5석 안팎을 확보한다면, 범야권 200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점유하게 되면 윤석열정권은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개헌안이 범야권 뜻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헌법을 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 찬성으로 통과됩니다. 국민투표(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지만, 국회 차원의 개헌선 확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역대 국회 구성을 보더라도 7대 국회(민주공화당 129석·신민당 45석)를 제외하고는 거대 양당 중 어느 한 쪽이 개헌선 아래로 밀린 적이 없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역시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범야권이 뜻만 모은다면 언제든지 탄핵소추안 추진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22대 국회에선 '방탄용 거부권' 제동 
 
범야권의 200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능 방패'처럼 사용했던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시킵니다. 대통령이 거부해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제정안(2023년 5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2023년 12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2023년 12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2024년 1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2024년 1월) 등 9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국회로 되돌아온 야권 주도 통과 법안들은 재통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여야가 총선 이후로 재표결을 미뤄둔 이태원 참사 특별법만이 운명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김건희 특검법'부터 다시 통과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김 여사의 양평 고속도로,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등 의혹을 철저히 파헤친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채상병 특검'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 등을 규명할 예정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는 탄핵을 위한 명분 쌓기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정권 심판에 동조하는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확보하고, 이들이 법안 처리를 위해 손을 잡는다면 22대 국회에서는 거부권 법안 등이 폐기되는 일은 없을 전망입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더 몰빵13 유세단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범야권 200석'은 민주당에 희망의 숫자인 동시에 자만의 숫자로도 비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듯 "선거 판세는 하루아침에 뒤집힐 수 있다"며 연일 내부 단속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더 몰빵13 유세단' 출정식 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에 도취돼선 안 된다. 밑바닥에는 아직 우리한테 싸늘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데요. 그는 "(언론에서도) 너무 민주당에 잘 되는 걸로 쓰면 선거는 결국 망한다"고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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