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한 삼성, ‘마하1’로 파운드리·HBM '동시 겨냥'

마하1, AI 추론에 특화된 D램
발열 높은 엔비디아 칩 보조로
전력 낮추는데 주로 쓰일 듯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

입력 : 2024-03-27 오후 4:09:42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000660)에 내주며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005930)가 히든카드 AI칩 ‘마하1’을 꺼내들었습니다. 아직은 설계 단계에 머물러 베일에 쌓여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삼성이 마하1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파운드리(위탁 생산)에서는 대만 TSMC와 점유율을 크게 좁히고, HBM 시장 1위 타이틀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연말 AI칩 ‘마하1’을 생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말 정도면 칩(마하1)을 만들어 내년 초 저희 칩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하(Mach)는, 비행기나 로켓과 같은 고속 기체들이 기류에서 속도를 잴 때 쓰는 속도의 단위입니다. 1마하는 약 초속 340m이고, 시속으로는 1224km라고 합니다. 삼성이 ‘마하1’이라고 지은 건 그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마하 뒤에 붙는 숫자는 기술 개발에 따라 고성능을 표현하는 수치가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마하1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의 병목현상을 8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구조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칩 H100은 GPU, HBM이 하나로 묶여 있는 형태인데 주로 학습과 추론, 데이터를 모두 처리하다 보니 발열과 전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하1은 추론에 특화된 칩이자 저전력 D램을 활용해 전력 소모량이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14나노 LPDDR5X D램. (사진=삼성전자)
 
 
 
특히 AI 활용이 가속화고 더 넓은 산업 분야에서 AI 기능이 도입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엔비디아의 AI칩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때문에 마하1에는 HBM에 내재된 D램 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저전력 D램 ‘LPDDR(Low Power Double Date Rate)’이 활용이 유력합니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으로 전력 소모량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해 저전압 동작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AI칩에 들어가는 HBM은 LPDDR이 아닙니다. 마하1이 엔비디아 AI칩 보조 역할이 될 것이란 배경도 더 많은 데이터양을 처리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엔비디아 칩이 전력량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어서입니다.
 
삼성전자의 마하1 최초 공급사는 네이버가 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마하1은 아직 상용화라던지 네이버가 어느 정도 규모로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미정이다”라면서도 “FPGA를 거치고 칩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능 검증 등 안정화 테스르를 올해로 예상하고 있다”고 마하1를 언급, 강조했습니다. 필드 프로그램어블 게이트 어레이(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반도체로 여기서 기술 검증을 통과하면 시제품과 정식 제품으로 출시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알려진 마하1을 추정해보면 엔비디아의 AI칩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력량과 발열을 낮추는데 방점이 되는 칩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EUV(극자외선) 생산 시설이 있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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