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의무공개매수 도입이 지연되면서 막차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2년말 도입키로 했었지만 벌써 1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 사이 OCI와 한미사이언스간 통합 사례에서 지배주주 외 일반주주는 제도 도입 전 기회비용을 안게 됐습니다. SK네트웍스도 SK렌터카 매각 검토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전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주주들에게 기회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당초 인수합병(M&A) 시 소액주주 권리보호가 미흡한 게 제도 추진 이유였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며 방치된단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 개선 방안 발표자료에도 의무공개매수 도입 계획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실행 없이 언급만 있을 뿐입니다. 법 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선 도입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2022년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그해 말 도입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 후 1년 넘게 구체적 움직임이 없는 것입니다.
그 사이 막차 사례가 쌓입니다. OCI와 한미그룹 통합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배주주가 바뀝니다. 이에 만약 의무공개매수제도 아래였다면 이번 통합 거래에서 잔여주주 주식도 일정 부분 사줘야 합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잔여주주들도 공유하는 취지입니다. 그러면 매수 비용 부담 때문에 통합 자체가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이런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경영권분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의결권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결과는 통합 찬성하는 쪽으로 표를 몰아줬습니다. 연금이 민감한 사안에서 중립도 아닌 한쪽 편을 드는 것에 대해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막차 유형은 다르지만, 회사 매각 과정에서 잔여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지 못하는 점은 같습니다. 지난해말 SK렌터카를 공개매수한 후 상장폐지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공개매수 목적은 경영효율성 제고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있다고 회사는 공시했었습니다. 따라서 공개매수에 응했던 주주들은 매각의도를 모른 상태에서 지정된 매수가에 주식을 팔았습니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주는 모회사인 SK네트웍스 자사주와 주식이 교환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매각 검토 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야기합니다. 회사는 “외부자문사를 통해 검토 중”이라고 조회공시했습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다만 "SK렌터카 상장폐지 발표 당시 매각 계획이 없었으며, 현재 지분 매각 검토를 진행 중이나 결정된 사항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과 영국, 독일, 일본 등 공개매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각 나라들은 매각 주체인 대주주 외 잔여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체를 공개매수하도록 합니다. 그러면서 매수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시키도록 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합니다. 자사주 교환 부분도 정부는 뒤늦게 시행령을 고쳐 활용을 금지하도록 추진합니다. 다만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만 금지하도록 해 SK네트웍스와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할 경우 막을 길은 없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관련 법 개정 작업이 1년 넘게 없다는 건 도입에 회의적”이라며 “최근 도입 언급은 총선 표퓰리즘이 의심된다. 총선이 끝나면 추진 동력도 상실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