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지역전략사업에 한해 개발제한구역(GB·그린벨트)을 풀겠다는 방침이나 환경단체들은 난색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총선용 개발 논리로 이윤을 노리는 건설사나 지역 유지 등 특권층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환경평가 1·2등급 중 국가·지역 전략사업에 한정해 GB해제를 추진합니다. 현재 GB는 지방자치단체별로 해제 가능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국가·지역 전략사업의 경우 해제를 허용하는 겁니다.
환경단체들은 난개발을 우려하며 GB 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 남아있는 GB는 전체 국토의 3.7%로, 그중 91%가 환경평가 등급 1·2등급에 해당합니다. 정부 방침이 사실상 남은 GB를 대부분 해제하겠다는 계획과 같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본부장은 "GB 해제뿐만 아니라 국유림 개발, 국립공원 추가 케이블카 설치 등 이번 정부의 '개발 악취 정책'은 '내륙과 해양 각각 보호지역 30%를 확보하겠다'는 생물다양성협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정부는 생물다양성 협약을 지키기 위해 GB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윤 정부는 총선 여론몰이에 골몰하기 이전에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고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GB 해제는 현 정부가 환경 관련 정책 입장이 없다는 하나의 증표"라며 "수십년간 GB 가 계속 해제됐지만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인 1등급, 2등급마저 해제하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전 세계 추세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꺼낸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 아닐까 싶다"며 "GB 해제는 결국 개발이고 개발은 이윤을 노리는 건설사나 지역 유지 등 특권층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GB 정책을 국내에 도입했는데, 이는 유럽 등 해외에서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요소"라며 "GB 해제를 이유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언급한 것도 총선을 앞두고 꺼낸 선언적인 구호에 불과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지역 소멸 활성화' 때문에 GB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미 비수도권은 GB가 많이 해제됐지만, 절반 가까이는 수요가 없어 활용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그런 상황에 추가로 GB를 해제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앞뒤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GB 1·2등급이 백두대간 지역에 대부분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정 처장은 "서울로만 따지면 청계산, 관악산 같은 곳이 1·2등급지인데 거기를 개발하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도심 녹지를 다 쓸어버리겠다는 말과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1·2등급지 GB를 해제할 때는 100% 대체지를 새로 지정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건 데 대해서는 "1·2등급지는 지금까지 관리가 잘된 곳인데 이를 해제하고 신규로 지정하는 곳이 생태적으로 더 우수하겠냐"며 "등급제가 어떤 가치인지 보면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습니다.
국토부는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광역도시계획 수립 지침, GB 조정을 위한 도시·군 관리 계획 변경안 수립 지침 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지침 개정안은 지난 14일부터 행정 예고된 상태입니다. 다음 달 개정 시점에 맞춰 지역 전략사업 선정 기준을 배포하고 지자체 수요조사를 시작합니다.
5월부터는 국책 연구기관 검증과 중앙도시계획위원회·국무회의 심의를 거칩니다. 4분기(10~12월) 중 사업 선정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개발제한구역(GB) 해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