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3월 번호이동이 52만건을 웃도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2월 대비 번호이동 수치는 증가했지만, 1월보다는 낮은 수치입니다. 3월14일부터 번호이동을 할 경우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이 개정됐죠.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번호이동을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결론적으로 정책 변화에 따른 번호이동 고객 증가는 확인하기 어려운 반면, 알뜰폰에서 빠져나간 고객은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장에선 정책효과는 없었으며, 정부의 기존 정책 간 충돌이 불가피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3월 번호이동은 52만4762건을 기록했습니다. 2월 50만4119건 대비 늘어났지만, 1월 56만63건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017670)이 11만1028건을 기록해 전월 대비 9.9% 늘어났고,
KT(030200)는 7만2464건을 기록, 9.7% 증가했습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8만3041건을 기록하며 16.3% 늘어나면서 3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알뜰폰은 25만8229건으로 2.8% 감소했습니다.
이동통신 판매점. (사진=뉴스토마토)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한 전환지원금으로 번호이동이 늘 것이란 기존 전망과 상충된 결과입니다. 방통위는 지난달 14일부터 통신3사가 번호이동 고객에게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통신3사는 16일부터 지급을 시작했습니다. 최대 13만원이었던 전환지원금이 33만원까지 인상됐지만, 지원금을 최대로 받기 위해서는 10만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하고, 최신 단말기보다는 구형 단말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해 요금제를 선택적으로 고르거나, 통신사 제품을 구매할 경우도 선택약정으로 요금 25% 할인을 받는 것보다 인하 체감효과가 크지 않아 3월 번호이동 시장이 크게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유통현장에서도 기대 효과가 아직이라는 반응입니다. 쏟아지는 정책에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휴대폰을 바꾸는 것이 좋을지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인데요. 유통업계 관계자는 "막상 구매를 하러온 고객들도 오늘 가격에 사면 되는지 확신을 못해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부의 통신비 완화를 위한 정책은 실제 통신비 인하 효과보다 4·10 총선을 앞두고 나온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정상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문제는 10만원 이상 무제한요금제, 즉 고가요금제를 선택할 경우에만 최대 30만~33만원을 전환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고, 이미 한 철 지났거나 잘 팔리지 않는 재고품 단말기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라며 "소비자들을 향해 눈 가리고 아옹하는 꼴이었던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알뜰폰 스퀘어. (사진=뉴스토마토)
전환지원금 정책이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3월 번호이동 증가는 통신3사에서만 나타났는데요. 알뜰폰의 번호이동 수치는 전달 대비 감소했고, 순증수치도 2022년부터 집계된 수치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3월 알뜰폰 순증수치는 4만5371건을 기록했는데요. 알뜰폰으로 유입은 줄어들고,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이동한 가입자가 늘어난 까닭입니다. 알뜰폰 업계는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알뜰폰 지원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알뜰폰 관계자는 "0원 요금제로 통신비 인하에 동조해왔지만 더 이상 상품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입자 기반까지 약화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노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게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