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비욘드 코리아'는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가 지난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제시한 미래 10년 키워드입니다. 메신저 서비스에서 시작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323410)를 상장시키며 금융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는데요. 플랫폼으로 성공한 내수 시장에서 눈을 돌려 지식재산권(IP)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이를 위한 밑그림으로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키고
에스엠(041510)을 인수했습니다. 세계 최대 엔터시장인 북미를 노린 전략인데요. 막상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니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 최전선에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년 새 영업권 손상 비용으로만 1조원 가까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해외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3일 카카오엔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형자산은 8248억8500만원으로, 이 중 영업권은 4373억473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영업권은 기업 간 인수합병에서 인수된 기업의 장부가격(순자산가치)과 인수금액의 차이로, 기업가치를 높게 보고 얹어 준 '웃돈'입니다.
영업권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영업권 손상차손'의 경우 누계액은 무려 2조5665억4650만원에 육박했는데요. 이번에 영업권 손상차손으로만 9244억9765만원을 반영했습니다.
종속기업을 의미하는 37개 '현금창출단위' 중 영업권 손상이 가장 큰 곳은 타파스엔터로 4600억원에 달해 절반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타파스엔터는 미국 자회사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합병한 회사로,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타파스에 이어 멜론이 2313억원(25%), 스토리 433억원(4.7%), 음악유통 395억원(4.3%), 이담엔터 250억원(2.7%)을 차지했습니다. 이담엔터는 가수 아이유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곳입니다.
25개 '관계기업' 중에서는 SM의 손상금액이 1449억4099만원으로 합계 1954억7266만원 중 74%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카카오가 SM 인수에 뛰어든 이유도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뮤직 부문을 키워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건데요. 당시 공개매수 입장문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SM엔터와 IP를 다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SM의 뒤를 이어 IP 활용 굿즈·브랜딩 회사인 그레이고가 375억원(19%), 메타버스 아이돌 육성을 목표로 넷마블에프앤씨로부터 인수한 메타버스엔터가 59억원(3%), 만화서적을 출판하는 학산문화사가 45억원(2.3%)을 차지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당기순손실만 1조407억원에 육박했습니다. 2022년 별도기준 당기순손실이 4381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해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번 회계에서 1조원 가량 손상차손(평가손실)에 반영해 절반 가까이 털어냈는데요. 지난 2021년 출범 이래 별도기준으로 3년, 연결기준으로 2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영업권 손상만 1조원인 셈입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카카오는 보수적 기조 하에 재무제표상 회사 가치 평가를 면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추후 기업공개(IPO)등을 대비하는 포석일 것"이라며 "손실을 미리 고백하면 IPO 직전에 재무제표가 나빠져 보이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한마디로 매를 먼저 맞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엔터 측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전세계적 경제 불확실성 등 대내외 환경 변화를 고려한 회계기준에 따라 보수적으로 일부 영업권 손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