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부는 매서운 칼바람

CEO 교체 잇따라…리스크 관리·내실 다지기 총력

입력 : 2024-04-04 오후 4:46:35
 
[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요 건설사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조직 개편을 통해 리스크 관리 및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실적 악화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 상황에서 인적 쇄신이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됩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375500)는 최근 사임한 마창민 전 대표의 후임으로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내정했습니다. 마 전 대표 재임 동안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 중대재해 사고 등 악재가 겹쳤는데요. 마 전 대표의 취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DL이앤씨의 실적도 계속 저조했습니다.  DL이앤씨 영업이익은 2021년 9572억원에서 2022년 4969억원, 2023년 3306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65%가량 감소한 것입니다. 
 
마 전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로 LG전자에서 오래 몸담았다가 대림산업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하고 2021년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건축·토목·플랜트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죠. 건설 업황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선제적 인적 쇄신에 따른 임원 10여명도 같이 교체됐습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본부 아래 실도 일부 축소됐습니다. 
 
마 전 대표의 후임인 서 후보자는 1967년생으로 경북대에서 전자공학과 학사 학위를,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 등을 거쳤습니다. 기획·재무·경영 업무를 두루 담당해 ‘전략기획통’으로도 평가받습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인적분할 4년 차를 맞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서영재 사내이사 후보자는 경영 전반에서의 풍부한 경력과 사업가로서 성공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DL이앤씨가 퀀텀 점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업황 둔화 장기화…재무 건전성 회복 총력
 
신세계건설(034300)도 실적 악화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지난 2일 정두영 대표가 경질됐습니다.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도 함께 경질했는데요.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이 내정됐습니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입니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으며,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878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년도 적자 규모 120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16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는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이 됐습니다. 
 
건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과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습니다. 2011년부터는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장 겸 CFO 등을 거친 뒤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회사 측은 경영전략실 경영촐괄 부사장으로 그룹의 재무 관리를 총괄해 온 만큼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보고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4년만에 그룹차원의 인사교체로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지난달 새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은 10조660억원으로 7.7% 늘었지만,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2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습니다. 전 대표는 포스코스틸리온 사장,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 포스코 글로벌인프라부문장,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등을 거친 ‘재무·전략통’입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말 기준 부동산 파이낸싱(PF) 잔액이 136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무 전문가가 건설사 수장을 맡게 되면 좀 더 긴축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긴축 경영을 하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공격적인 영업은 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건설 경기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는 몸을 사리고 있는데요.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올해 대형 건설사 10곳 중 7곳은 올 1분기 단 한 개의 정비사업도 수주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들의 올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40%가량이 감소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불황으로 대형사들조차도 수주 행보에 제동이 걸려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긴축 경영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분위기가 침체해 있다"면서 "금리 인하 등 대외환경 개선 등이 뒤따라야 업황 반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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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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