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운영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위)가 여당 측에 유리한 편파·월권 심의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4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편파심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2024총선미디어감시단이 선방심위 회의를 모니터링(12차 회의 기준)한 결과 이번 22대 총선 선방심위가 의결한 법정제재는 14건, 행정지도는 25건에 달합니다.
21대 총선 당시 법정제재 2건으로 모두 관련자 징계나 경고가 아닌 주의에 그쳤던 것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심의와 제재는 특정 방송사와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습니다. MBC는 법정제재 14건 가운데 9건을 차지했으며, 2건의 법정제재를 받은 CBS 또한 매주 선방심위 심의에 오르고 있습니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박재홍의 한판승부>, <김현정의 뉴스쇼> 같은 프로그램은 선방심위 단골 고객입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4일 참여연대에서 '성거방송개입'위원회 황당무계 편파심의 사례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선거 관련없는 내용까지...월권 논란
선거와 관련있는 방송의 적절성을 심의해야 하는 선방심위가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방송까지 심의해 월권을 행사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윤성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은 지난달 26일 방송소위에서 “방송소위와 선방심위의 엄무 영역이 불명확하다. 제가 심의할 안걸을 선방심위에서 계속 중징계하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선방심위는 같은달 28일 12차 회의에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고발사주 재판 판결,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다룬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를 전제한 의견진술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박정욱 MBC 라디오국 시사콘텐츠제작파트장은 “선거와 관련 없어도 선방심위에서 심의해도 된다는 규정이 있나”라며 “이 방송이 어떤 정당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말을 해달라”고 진술했습니다.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대해서는 출연자가 ‘김건희 특검’이라고 발언한 부분을 문제삼으며, ‘여사’라는 호칭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권고)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다수의 방송사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4일 참여연대에서 '성거방송개입'위원회 황당무계 편파심의 사례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언론위축 효과 우려, 선방심위 개선 필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선방심위의 ‘무차별·무더기 징계’로 인한 언론 위축효과를 우려하며, 선방심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진행자였던 신장식 변호사가 제작진에게 불이익이 가는데다 변호사 재허가 심사 불이익이 있다고 해 자진 하차하는 상황이 있기도 했다”며 “정부나 여당에 관련된 점에 대해서 엄격한 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비판 의도를 적게 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들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국민의힘에서 심의를 신청하고, 여권 추천 위원 8명 대 야권 1명의 구도에서 일방적이고 편파적이게 MBC에게 제재 폭탄을 쏟아붓고 있는 이 현실 참으로 안타깝다”며 “균형감을 갖고 심의를 해야 될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편파성 전파성을 드러내면서 선거방송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중호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장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아니라 저희가 보기에는 선거방송금지위원회다. 방송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이 기준을 다 충족시켜서 방송할 수 있는 방송사는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원용진 서강대 명예교수는 “아주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하고 또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논리를 동반해야 된다. 자신의 성향과 어떤 정치적 지향점으로 공정성 객관성 문제 이런 부분들을 판단내린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며 “곧 선거가 끝나고 새로 구성이 된다면 선거방송심의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저는 1순위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