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이 4일 성사되면서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꽉 막힌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의료계, 대화협의체까지 구성해야
의료계에서는 이번 대화를 시작으로 대화협의체 구성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보건의료노조 곽경선 사무처장은 이날 "전공의들을 시작으로 명확하고 빠르게 대화를 하기 위해 의료계와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필수 지역 공공의료가 빠진 채 의사 숫자만 가지고 2000명이냐 500명이냐 하는 부분은 굉장히 지엽적으로 바라본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증환자들은 이번 사태를 고통이 아니라 공포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사태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진정성 어린 대화를 나눠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개혁이 올바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소속 A교수는 "이번 대화로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양측 모두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으면 10년후에 의사가 2000명이 나오나 11년 후에 2000명이 나오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협의체 부터 꾸리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공의-대통령 면담…전공의, 요구안 관철 의지
대전협은 당초 제시한 7대 요구안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입니다.
대전협은 지난달 20일 집단 진료 거부에 돌입하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명령 전면 철회 및 정부 공식 사과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주 80시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7가지 요구사항을 내세웠습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박 위원장은 "총선 전 한 번쯤 전공의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며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만남에 대해 전공의 내부에서 반발도 나옵니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 의사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박단 비대위와 11인비대위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임을 알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전협 대의원을 포함해 비대위 12명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고 동의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모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뉴스를 보고 소식을 알게 됐다"면서 "최소한 내부 논의와 표결 결과, 최종 회의록 등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전협 비대위는 '밀실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대위는 "대통령실에서 직접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자리로 2월 20일 작성한 성명문의 요구안을 재차 강조해 보기로 했다"며 "대전협 성명문에 명시된 요구안에서 벗어난 협의는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화에는 응했지만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며 "당장 변하는 건 없으며 의정갈등이 20년 넘게 있던 이후 단 한번도 대통령이 직접 자리에 나선 적은 없었는데 무대응으로 유지한 결과 행정부 최고 수장이 직접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