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붐 타고 '반전' 노리는 건설사들

입력 : 2024-04-08 오후 4:10:1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국내 건설 기업이 유가 하락과 고금리 등으로 수년간 해외 수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대규모 수주 소식이 이어지며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여기에 정부가 '원팀코리아'를 통해 전 세계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나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E&A와 GS건설은 아람코로부터 총 72억2000만 달러(9조6000억원) 규모의 ‘파드힐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수주금액은 삼성E&A 약 60억 달러(약 8조원), GS건설 12억2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입니다. 삼성 E&A의 수주금액은 창사 이래 최고이자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수주로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61억1000만 달러의 2배를 넘은 127억2000만 달러(약17조16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공사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 북동쪽 350㎞에 위치한 기존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설비를 증설하는 것입니다. 삼성E&A는 가스 처리 시설을 짓는 패키지 1번, 유틸리티·부대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4번을 맡습니다. GS건설은 가스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을 포집하고 재활용하는 시설을 짓는 패키지 2번 공사를 담당합니다. 
 
올해 1월에는 SGC E&C가 사우디에서 6900억원 규모의 화학 플랜트 설비 공사 계약을 수주했습니다. 쌍용건설도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3000억원 규모의 고급 레지던스 공사 2건을 수주했습니다. 중동지역 수주는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였는데요. 지역 중에서도 중동이 34.3%를 차지하며 비중이 가장 높았죠. 현대건설도 지난해 6월 사우디에서 50억 달러(약6조74000억원) 규모의 석유 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10월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24억 달러(약 3조2300억)원 규모의 자푸라 2단계 가스플랜트를 따냈고요. 

해외 수주 추가 낭보 기대
 
해외 건설 수주 실적 추이. (자료=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경제협력체 걸프협력이사회(GCC) 등 주요 산유국의 재정 여력이 증대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및 플랜트 수주 환경은 유지·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발주 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중동의 성장률은 11.7%로 평균 성장률 6.0%를 상회할 예정입니다. 해외건설정책연구센터는 올해 이후 중동 건설시장에서 나올 프로젝트는 총 2조1580억 달러(약 291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사우디 등 중동에서 연달아 수주 성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발주처들의 재정 확대에 힘입어 중동 및 아프리카(MENA) 지역 발주가 전년 대비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공정인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 프로젝트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수주잔고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요건설사는 중동 지역 주요 프로젝트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네옴시티 개발사업 등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데요. 현대건설은 사우디 사파니아 오일필드 확장공사와 네옴시티 스파인 터널 프로젝트에 입찰해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 관련 인프라와 모듈러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해외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섰는데요. 대통령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국부펀드(PIF), 네옴 등 주요 발주처의 인프라, 플랜트, 스마트시티 등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공기업, 금융기업 등이 전 세계에서 추진되는 석유화학 플랜트, 교통인프라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도 원팀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중동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수주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GS건설은 호주 교외 철도(Suburban Rail), 싱가포르 CR207 등 해외 인프라 사업 수주를 기대하고 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하반기 사우디 알루자인(Alujain) 설계·구매·시공(EPC)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TPPI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습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목할 부분은 해외 수주 모멘텀으로, 글로벌에너지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와 이에 따른 해외 플랜트 수주 시장의 우호적인 발주 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니즈 확대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 퍼포먼스가 두드러진다"면서 "플랜트 수주 성과에 따른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전경. (사진=GS건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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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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