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대한 요구가 컸습니다.
16일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12월 결산법인 500개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주주제안 안건은 16건으로, 지난해 11건보다 45.5% 늘었습니다. 반면 배당 확대 주주제안은 지난해 27건에서 올해 12건으로 55.6% 감소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주주환원 요구 형태가 배당 확대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는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견제하는 동시에, 배당과 달리 세금 결손이 없는 이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방책으로 배당과 유사하게 기능하지만, 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고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측면이 존재하고, 배당소득세 같은 세금 지출이 없어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 다뤄진 전체 135건의 주주제안 중 37건이 가결됐습니다. 가결률은 27.4%로 지난해 18.1%보다 상승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기관투자자 등 주주가 추천한 임원 후보를 수용해 이사회에 상정하거나, 주주와의 소통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발표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삼성물산, 금호석유화학, JB금융지주, 태광산업 등 40개 기업에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주주제안의 내용을 유형별로 구분하면△재무제표·배당 12건 △정관변경 24건 △이사 선·해임 67건 △보수한도 7건 △기타 25건입니다. 이중에서 이사 선임, 해임 안건 가결률이 44.8%로 가장 높았고, 보수한도 관련은 42.9%, 재무제표와 배당 안건 가결률은 8.3%였습니다.
대표적으로
JB금융지주(175330)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가결됐고,
태광산업(003240)의 경우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1명,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을 각각 1명씩 제안해 모두 가결됐습니다.
연구소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기관투자자 등의 주주제안 안건이 부결된 경우도 여전히 많지만 가결 안건이 작년보다 9.3%포인트 늘어난 것은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사이언스(008930),
금호석유(011780)화학 등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서 주주친화정책 제안이 늘어난 것도 특징입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소액주주의 적극적 지지로 주주친화적 정책을 제시한 주주제안이 모두 가결됐고, 금호석유화학도 사측에서 주주친화 정책을 유지하고 관련 안건을 상정해 해당 안건이 모두 가결됐습니다.
이에 연구소는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권고적 주주제안 등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한 집단이 주주들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라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주요사항으로 자리매김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