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도 지금도 국가는 없었다

"잊지 않겠다" 했지만…'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류 도돌이표

입력 : 2024-04-16 오후 5:36:4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세월호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서로를 위로하며 견디는 동안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정치권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반성문을 쓰기 바빴습니다.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약속했음에도 똑같은 참사가 계속되는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전히 표류 중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물론 '생명안전기본법' 마련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쟁만이 가득한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여야 "안전 대한민국" 한목소리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는 여야 지도부가 모두 자리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참석했고, 원내 제3당인 녹색정의당에서는 김준우 상임대표가 참석했습니다.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의 대표들도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롯한 주요 정당들은 "오늘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는데요.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10주기를 맞이해 참사의 그날을 절대로 인지 않고,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와 끝까지 함께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되새긴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희용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이 그때보다 더 안전해졌는가'라는 물음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라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앞으로도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 재검토 및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착, 구조적 문제점 개선을 통해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참석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세월호 똑 닮은 이태원 참사…진상규명 요원
 
여야 할 것 없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하는 모습은 이내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겹쳤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10여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꼭 닮아있습니다. 
 
범야권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짚으며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 당시 세월호 유가족은 국가로부터 보호와 위로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탄압의 대상이 됐다"며 "그러한 외면과 거부는 윤석열정부에서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게 반복되고 있다"고 일침했습니다. 
 
'대장동 재판' 일정으로 부득이 기억식에 불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이전과 달라야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각자도생' 사회는 다시 도래했고, 이태원에서 오송에서 해병대원 순직사건에서 소중한 이웃들을 떠나보내고 말았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는 "다시는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의 목숨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는 유족들이 차가운 거리에서 외롭게 싸우지 않도록 정치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는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등을 돌렸다.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갈라치려고 했다"며 "8년 후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진상은 골목 안에 숨어 있고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권리 회복은 시도조차 안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특별법, 21대 국회서 반드시 마무리"
 
그러면서 범야권은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와 22대 국회의 과제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과 '생명안전기본법' 마련을 첫손에 꼽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1월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하면서 다시 국회로 되돌아왔습니다.
 
여야는 총선 이후로 재표결을 미뤄둔 상태였는데요,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본회의 상정 과정에서 여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만큼 국민의힘도 반드시 특별법 제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전날 민주당 초선 당선인들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만났던 남인순 민주당 이태원참사특위 위원장은 "'이태원 특별법'은 정쟁도 총선용도 아닌,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생명안전기본법'을 꼭 마련해달라고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가 등은 모든 사람의 안전권을 보장할 책무를 지닌다'는 문구와 함께 이를 위한 안전 계획 수립, 사고 조사 등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데요. 지난 2020년 11월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논의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황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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