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몇몇 분들이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사업성 없던 우리 단지도 용적률 500%까지 올릴 수 있겠지?'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큰 착각입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 일부입니다. 안산에도 여러 재건축단지가 있지만, 모든 단지를 용적률 500%까지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설사 상향하더라도 그만큼 기부채납과 임대아파트를 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윤석열표' 노후 계획도시를 둘러싼 눈초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적용을 할 수 있는 국내 도시는 인천부터 강원, 경기 등 51곳에 달하지만 강남 등 일부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남권 가양·등촌 재개발…'패스트트랙'까지
16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해 만들어진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적용 1호 사업으로 '그랜드 가양·등촌' 정비계획이 진행됩니다. 서울 서남권 가양·등촌 택지지구가 최대 3만가구 규모 고밀 주거단지로 재개발되는 겁니다.
정부는 현재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를 높이고자 '패스트트랙' 제도까지 도입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도시주택 공급 점검 회의에서 '노후 계획도시 정비 거버넌스'를 통해 1기 신도시 등의 재건축 사업 기간을 추가 단축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노후 계획도시는 택지 조성 사업 완료 뒤 20년 이상 지난 100만제곱미터(㎡) 이상 택지 등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성남 분당·고양 일산·안양 평촌·군포 산본·부천 중동 등 1기 신도시입니다.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노후화됐음에도 여러 이유로 재개발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관련 규제를 풀기로 한 겁니다.
특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특별법에서 정하는 각종 지원 특례사항이 부여됩니다. 특히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 비율을 뜻하는 용적률의 경우 최대 500%까지 상향하는 게 가능합니다.
16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해 만들어진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적용 1호 사업으로 '그랜드 가양·등촌' 정비계획이 진행된다. (사진=뉴시스)
지방은 거들 뿐?…"공간구조 재편해야"
일각에선 '지방은 거들 뿐'이라는 한탄이 나옵니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51곳이지만, 가장 큰 수혜지로 꼽히는 곳은 '서울' 일부라는 겁니다. 개포·신내·고덕·상계·중계·목동·수서·중계2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서울 택지지구에 집중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기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에 이 법안은 기존과 같은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수혜지가 좁혀졌습니다.
1기 신도시 구간에서 재개발 사업성이 아쉬워 개발되지 못한 단지들이 주요 수혜 대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평당 시세가 가장 높은 분당과 평균 용적률이 가장 낮은 일산이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특별법 제도 내용만 놓고 보면 1기 신도시 포함해서 수도권만 아니라 지방까지 재개발이 가능하게 돼 있지만 저출산, 저성장 등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 일부 사업성 높은 단지만 혜택을 본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분양 주택이라든지 이런 곳에 입주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개발이 완성되는 건데 비용 대비 가성비가 나오겠냐는 문제제기입니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공사비가 올라 한강 보이는 강남 주변 일부 극소수 빼고는 거의 사업성이 없다"며 "지방 같은 경우 분양가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 특별법에 포함돼 있더라도 효과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건원 고려대 공과대학 스마트도시학과 주임교수는 "이날 대한건축학회 주최로 열린 '노후 계획도시 전문가 집담회'를 통해 "많은 분이 기존 재개발·재건축을 관리하는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통합시켜서 풀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특별법 형태로 하는 것은 일부 사업성 좋은 단지만 혜택을 받는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희정 교수는 지금과 같은 '용적률 높이기'로 노후 계획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경향으로 나타나는 다핵 집중형 분산 도시를 만드는 등 '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서울을 100개 자족적인 도시로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을 도시기본계획에 천명했는데, 이걸 수도권으로 확장하자는 주장입니다.
그는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1기 신도시나 노후 계획도시도 광역화 개념에 의한 도시 공간구조 재편이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것"이라며 "서울도 과밀화를 해소하고 수도권도 노후 계획도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미래도시 모델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6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해 만들어진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적용 1호 사업으로 '그랜드 가양·등촌' 정비계획이 진행된다. 사진은 특별법 적용 대상인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